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남유럽과 북유럽 간 경제력 차이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남유럽은 음식·숙박업 비중이 높은데 코로나19 충격이 대면 서비스업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유로 단일 통화 체제는 존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남유럽과 북유럽 간 경제적·정치적 갈등으로 유로체제 내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유로지역 내 경제력 격차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1년 중 이탈리아(-3.6%)와 스페인(-3.1%) 등 남유럽 국가 성장률은 독일(-1.0%), 오스트리아(-0.8%) 등 북유럽 국가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남유럽은 이미 재정위기 이후 저성장과 고실업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성장률이 더 떨어지는 상황이다.
1999년 출범한 유로체제는 회원국 간 경제력 격차가 축소되는 상황을 전제로 성립됐지만 오히려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유로지역 내 국가 간 경제여건에 큰 차이가 발생할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이 최적의 통화정책을 수행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단일 통화 지역의 지속성이나 유효성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피해가 남유럽에 집중된 이유는 의료 인력이나 장비 수준이 북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해 봉쇄수준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유럽의 산업 구조도 음식·숙박·여행 등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 제조업 중심의 북유럽에 비해 손실이 큰 상황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도 그리스(196%), 이탈리아(159%), 스페인(116%) 등 남유럽이 독일(76%) 등에 비해 크게 높아 코로나19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정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경제력 격차가 벌어지면서 남유럽의 북유럽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심각해지고 있다. EU에 대한 순기여(예산분담금-수혜금)를 보면 북유럽은 2019년 196억유로인 반면 남유럽은 -124억유로로 큰 폭의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남유럽은 고학력 청년층 노동력이 임금 수준이 높은 북유럽으로 몰리면서 갈수록 성장잠재력도 떨어지고 있다.
결국 남유럽 국민들은 유로 통합의 이익이 북유럽에 집중됐다고 보는 반면 북유럽 국민들은 남유럽에 경제적 지원이 집중되는데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보고서는 유로 체제가 설립되기까지 역사적 배경과 정치적 의미를 감안할 때 유로 단일 통화 체제가 분열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력 편중과 이에 따른 남유럽과 북유럽 간 상호불만 누적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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