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069960) 판교점이 개점 5년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백화점 중 최단 기간 '1조 클럽' 타이틀을 거머쥔 것으로, 대표 부촌인 분당구 고객층의 눈높이에 맞춘 명품 브랜드와 먹거리를 강화한 결과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하반기 이후 명품 브랜드 추가 유치와 전층 리뉴얼을 진행해 수도권을 넘어 국내 대표 백화점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판교점의 누적 매출이 1조74억원으로 전년 대비 9.4% 증가했다고 11일 밝혔다. 판교점 매출 1조원 돌파는 지난 2015년 8월 개점 이후 5년 4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로, 서울·부산 이외의 지역에서 첫 1조 백화점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 중 지난해 매출이 전년 보다 증가한 점포는 판교점과 압구정본점 두 곳에 불과하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판교점이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수도권에서 가장 큰 영업면적(9만2,578㎡)을 기반으로 개점 첫 해 4개월만에 매출 3,000억원을 달성했다. 이후 매년 5~10%대 성장세를 이어가며 2017년 매출 8,000억원을 돌파했고 2019년에는 9,000억원을 넘어섰다.
현대백화점이 최단 시간 연매출 1조 클럽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백화점 최고 수준의 상품 경쟁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판교점은 2015년 개점 이후 루이비통을 비롯해 까르띠에, 티파니, 불가리, 피아제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연이어 입점시키며 서울 강남 백화점에 버금가는 명품 라인업을 갖췄다.
축구장 두 배 크기인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도 매출 성장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판교점에는 백화점 업계에서 가장 많은 130여 국내외 맛집과 식음료 매장이 입점해있다. 이런 경쟁력 덕분에 지난해에만 판교점에 2,600만명의 고객이 찾았다. 이는 작년 현대백화점 15개 전 점포의 평균 방문객인 1,000만명을 2.5배 웃도는 수준이다.
여기에 핵심 상권의 구매력 있는 고객층과 함께 광역 상권의 고객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판교점 매출 1조 돌파에 한 몫을 했다. 판교점이 위치한 경기 분당·판교 지역은 소득 수준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데다, 트렌드에도 민감해 ‘제2의 강남’으로 불린다. 때문에 판교점의 VIP 고객 수는 지난해 서울 강남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매출 1조 돌파를 발판 삼아 판교점을 ‘대한민국 대표 백화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명품 브랜드 추가 유치와 전층 리뉴얼을 계획하고 있으며, 주변 상권 개발에 따른 잠재 고객 확보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올 하반기 이후 프랑스 주얼리 '부쉐론',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 등 10여개의 글로벌 유명 브랜드를 새로 선보일 예정이며,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도 내년 오픈을 목표로 이르면 올 하반기에 착공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판교점 전층에 대한 리뉴얼 작업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올해 안에는 2030 고객 전용 VIP 라운지를 선보이고 내년 이후 지하 1층 식품과과 1층 화장품 매장 리뉴얼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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