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망 중에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저금리 정책과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른 부채 증가 등 최근 경제 환경의 장기적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기업 측면에서 본다면, 자본비용이 이렇게 낮은 상황은 오히려 더 강력한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기술 섹터에서 더 두드러진다. 혁신적인 기업과 유망한 스타트업은 낮은 비용으로 풍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은 성장기회를 넓히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혁신 기술에 초점을 맞춘 주식 투자자들이 견조한 성과를 거둔 가운데 자본 지원에 소요되는 비용이 역사적으로 낮게 유지되면서 벤처캐피털(VC) 제공업체들은 유망한 기업에 투자하려는 심리가 강하다. 실제 정보기술(IT), 헬스케어 등 연구개발(R&D) 집약적인 섹터에는 글로벌 벤처캐피털 흐름이 사상 최대치에 근접했다. 이와 같은 환경은 잠재적인 미래의 승자 기업이 더 크고 유망한 수익원을 확충하는 데 도움이 되고, 결과적으로 이런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도 이득이 될 수 있다.
또한 저금리 환경은 R&D 투자를 뒷받침한다. R&D 투자는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도적인 기술 기업에 필수적인 요소다. AB가 기술, 헬스케어, 자본재 등 섹터의 1,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대비 R&D 비용으로 측정한 ‘R&D 집중도’가 높을수록 기업의 미래 주가는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현재 많은 수의 기술 선도 기업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선제로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R&D 투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주의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낮은 자본비용은 더 많은 인수합병(M&A)을 촉발한다. 고평가돼 있는 기업들이 상품 포트폴리오의 강화를 위해 자사 주식의 가치를 M&A에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 과정에서 단순히 단기적 수익이나 이익 증대를 목표로 하는 M&A보다는 장기적으로 전략적 가치를 염두에 둔 변혁적 M&A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물론 주가의 거품이나 과잉투자와 같은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기업 펀더멘털과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면밀히 조사하여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액티브 투자자라면 시중에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위기가 닥쳐도 생존할 수 있는 혁신기업을 더 잘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미래 성장의 가치는 대체로 금리가 낮을 때 더 높게 나타난다. 최근 글로벌 경제 환경은 차세대 혁신기업을 양성할 비옥한 토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이러한 혁신기업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는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환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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