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증권 시장이 아닌 미국 행을 선택한 이유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커머스라는 새로운 유형의 사업으로 성장한 만큼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라는 분석과 주요주주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몇 년 사이 매출 등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지만 누적 적자가 4조 원에 달하는 점도 나스닥 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외신 등에 따르면 쿠팡이 최근 나스닥 상장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 주체가 국내 법인인 쿠팡인지 모회사인 쿠팡엘엘씨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쿠팡의 사업 확장을 위해 미국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작업이다.
2013년 설립된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유명한 이커머스 사업자다. 2015년부터 직접 재고를 부담하며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며 매출이 급성장해왔다. 2015년 1조 1,338억 원으로 매출 1조 원 시대를 연 쿠팡은 2019년 매출 7조 원을 넘어섰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실적이 더욱 가파르게 늘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가파른 실적 개선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 평가하는 쿠팡의 몸 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쿠팡의 기업가치는 약 32조 원까지 논의되고 있다.
국내에서 성장한 쿠팡이 나스닥 행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기업공개(IPO) 업계 관계자들은 쿠팡이 테슬라 상장 등 코스닥은 물론 코스피 시장에도 충분히 입성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IPO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LG에너지솔루션 등 쿠팡보다 몸 집이 큰 회사들도 코스피 입성을 검토 중이다. 동종 서비스를 제공 중인 티몬은 코스닥 상장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쿠팡이 나스닥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아직 비슷한 업종의 상장사가 없기 때문에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산정해야 하지만 이커머스 등 신사업이 발전한 미국에서는 보다 높은 가치로 주식 시장에 입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상장 이후 주가의 상승 여력도 국내보다는 미국에서 더 높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주요주주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관측도 있다. 쿠팡에 비전펀드를 통해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글로벌 투자로 성공한 만큼 쿠팡 역시 국내시장보다는 미국 시장 상장을 검토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증권사 IPO 임원은 “현재 IPO 시장 유동성을 볼 때 국내 증권시장도 쿠팡 상장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주요 주주의 성향과 전략이 상장 시장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에 상장하기에는 적자 규모가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은 설립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과 투자로 누적 기준 4조 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례 조건 등을 통해 국내 증시에 입성한 이후 흑자 전환에 실패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어 보다 자금이 풍부한 미국 시장에 입성한다는 관측이다. 한 IPO 관계자는 “테슬라 요건 등으로 상장 심사를 청구하더라도 누적 적자 규모가 클 경우 거래소에서 깐깐하게 보는 게 사실”이라며 “쿠팡 측도 국내에 상장하기엔 적자 규모가 다소 크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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