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개미 울리는 '리딩방'...가짜 HTS로 유혹

SNS로 "무료추천 해준다" 꼬드겨

홈페이지 등으로 개인투자자 유인

위탁운용·수수료 명목 금품 갈취

지난해 불법 금융 행위 3배 '껑충'

전문가 "수사당국 신속대응 중요"





지난해 12월 직장인 A 씨는 한 단체 카톡방(단톡방)에 초대됐다. 약 800여 명이 들어와 있었다. 단톡방에는 “무료니까 개인 리딩(주식 추천) 한 번 받아 보세요”라는 메시지가 주기적으로 올라왔다. 일부 단톡방 가입자들은 “추천주 덕분에 큰 수익을 거뒀다”고 했다. 소위 말하는 ‘주식 리딩방’이었다. A 씨는 단톡방에 있는 ‘송 모 부장’에게 1 대 1로 대화를 걸었다. ‘개인 리딩’ 상담을 받기 위해서였다. “위탁 투자를 해주겠다”는 송 부장의 말에 그가 안내한 홈페이지를 통해 2,000만 원을 입금했다. 이후 송 부장은 A 씨에게 총 1억 3,640만 원의 수익을 냈다고 알렸다. 그러나 A 씨가 돈을 돌려받겠다고 하자 송 부장은 수수료·세금 등의 명목으로 8,700만 원을 줘야 환급이 가능하다고 압박했다. A 씨는 지인에게 돈을 빌리고 마이너스 통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송 부장에게 8,700만 원을 줬다. 하지만 송 부장이 “추가로 돈을 더 넣어야 수익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요구하자 A 씨는 ‘사기’를 인지하고 경찰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했다. A 씨가 그에게 준 돈을 합치면 총 1억 700만 원이다. 현재 경찰은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11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A 씨 사례처럼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개인 투자자를 유혹하는 무인가·위장 금융 투자업자가 성행하고 있다. 최근 코스피가 유례없는 활황을 보이는 등 주식에 관심을 나타내는 개인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불법 주식 리딩방 등 개미들의 주머니를 노린 ‘음지’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무인가·위장 금융 투자업자들은 보통 SNS를 통해 투자자들을 유인한다. 이후 자체적으로 만든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들로 하여금 돈을 입금하게 한 후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속인다. 그러나 대부분 사설로 제작한 홈페이지인 만큼 실제로 수익을 거두는지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가 출금을 요청하면 수수료·세금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추가로 요구하거나 잠적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유행했던 FX 마진거래 사기와 유사점이 많다는 설명이다.

일부 자칭 금융 투자업자들은 송 부장 사례처럼 위탁 운용을 종용하고 ‘깜깜이 수익’을 명목으로 추가 금품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위탁 운용은 자본시장법상 허가 받은 금융 투자업자만 할 수 있는 만큼 이는 엄연히 불법이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대표변호사는 “전형적으로 형법상 사기죄, 그리고 자본시장법상 무등록 영업 행위에 해당한다”며 “원금 보장을 약속했을 경우 불특정 다수에게 단톡방을 통해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점에서 유사수신행위도 적용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에서도 지난해 말 불법 주식 리딩방에 대해 소비자 보호 ‘주의’ 경보를 내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 투자업 관련 사이버 불법 금융 행위 제보 건수가 495건으로 집계돼 전년(139건)보다 3배나 급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리딩방 관련 제보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주식 리딩방 사기범으로부터 범죄로 얻은 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식 리딩방 사기의 경우 차명 계좌나 현금 인출을 통해 범죄 수익을 세탁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처음부터 의도된 사기인 경우가 많다”며 “이런 사기의 특징은 피해 보상이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이 아닌 사설 업체가 벌인 사기라는 점에서 금감원 등에서 구제를 받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경찰 등 수사 당국의 재빠른 대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초동수사를 가급적 신속하게 해서 계좌를 빨리 압류하는 등 (사기범들이) 돈을 못 빼돌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페어 펀드(Fair Fund)를 응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나오나 당장 현실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페어 펀드는 자본시장에서 불법행위를 한 행위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한 후 이 자금으로 피해 투자자들을 보상하는 방안이다. 성 교수는 “페어 펀드가 도입되더라도 증권 불공정 거래 등에 제한적으로 쓰일 것”이라며 “리딩방 사기에도 적용하려면 아주 넓게 만들어야 할 텐데 그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일·한민구기자 vit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