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두번째 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에 대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조건’을 내걸고 자금 지원을 시사했다. 매년 하고 있는 임금단체협약을 3년에 한 번 하는 것으로 바꾸고 흑자 전환 전까지 노조가 파업 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다. 그러나 당장 노동조합에서 이같은 제안에 ‘노조 혐오’라며 반대하고 있어 향후 협의 과정에 이목이 집중된다.
쌍용차 지원, 이번이 마지막 기회 |
이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쌍용차의 신규 자금 지원 조건으로 매년 하고 있는 임금 단체협약을 3년에 한 번 하는 것으로 바꾸고 흑자 전환 전까지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요구했다. 이는 평소 노조에 대한 이 회장의 신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도 1년 단위로 진행되는 임단협과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가 기업의 발목을 붙잡는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지난해 한국GM 노조가 구조 조정 당시 산은과 했던 약속을 어기고 임금 인상 및 성과급 지급 등을 걸고 파업을 추진해 노사 간 갈등이 극대화된 점도 이 같은 주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GM과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아예 쌍용차에 대해서는 각서를 받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구조 조정 기업이 정상화되기도 전에, 흑자를 내기도 전에 매년 노사 협상한다고 파업하고 생산 차질을 발생하는 자해행위를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앞으로 쌍용차 노사 간 불협화음으로 인한 자해 행위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지원 NO에서 조건 충족시 지원 |
그동안 산은은 쌍용차에 대해 신규 자금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앞서 산은은 쌍용차 대출 900억 원의 만기 연장을 해주는 것과 관련해서도 이미 쌍용차가 JP모건·BNP파리바 등 외국계 금융사로부터 600억 원의 대출을 갚지 못한 상황에서 산은의 만기연장은 원칙상 맞지 않다고 봤다. 다른 금융사의 대출도 갚지 못하는 기업에 대출 만기를 연장해준다면 결정권자가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실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쌍용차 만기 연장의 경우 외국계 금융사들이 만기 연장을 안 해주는데 우리가 연장을 해주면 외국계 은행이 산은의 돈을 빼 나가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건부 지원의 가능성을 열어둘 만큼 쌍용차의 법정관리에 따른 후폭풍을 산은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자리 수가 6,000여 개에 달하고 지역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리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속노조 "노조혐오 편승" 반발 |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노조법의 독소조항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제일 먼저 꺼내 들었다고 비판했다. 기존 노조법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상한을 2년으로 정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정기 국회에서 3년으로 개정된 바 있다. 금속노조는 “이동걸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권을 부정하는 데 부끄러움이 없다, 쟁의권은 노동자의 권리”라며 “이동걸은 쟁의권을 자해행위라고 보는 반헌법 의식을 드러냈다”고 반발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제안과 관련해 관계자들의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쌍용차와 관련해 현재 재직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기업 내 노조와 쌍용차 해고자와 복직된 전 해고자들이 소속된 금속노조로 나뉘어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월 말까지 아직 시한이 있으니 마힌드라와 투자자, 산은 등과 논의를 계속 이어가면서 여러가지 제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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