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사모 신용 펀드(Private Credit Fund)를 통해 SK루브리컨츠 소수 지분 매각 거래에 참여한다. 미국 아폴로PE와 한국투자파트너스, 일본계 전략적 투자자(SI)와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IMM도 뛰어든 것이다. 국내 ‘토종’ 중 최대인 2조 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만큼 신설하는 사모 신용 펀드의 성공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PEF 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현재 적격 인수 예비 후보를 대상으로 실사를 진행하는 SK루브리컨츠 지분 49% 매각 거래에 ICS(IMM Credit Solution)을 통해 참여할 예정이다. ICS는 IMM PE가 사모 신용 펀드 운용을 위해 새로 설립한 자회사다. 태림포장그룹 투자로 이름을 알린 박찬우 IMM PE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사모 신용 펀드는 PEF가 통상 운용하는 펀드 중 가장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가하는 중수익·중위험 펀드다. 투자 등급의 회사채나 하이일드 채권부터 자산유동화증권(ABS),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등 투자 대상도 다양하다. 고위험·고수익의 바이아웃(buy out·경영권 인수) 투자 목적의 블라인드 펀드보다 안정성이 높다. 해외 대형 사모펀드인 블랙록이나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그룹 등이 운용하고 있을 만큼 일반적인 투자 기법이다. 국내 PEF 중 사모 신용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곳은 아직 없다.
IMM PE가 사모 신용 펀드의 첫 투자처로 SK루브리컨츠를 선택한 것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 때문이다. SK루브리컨츠는 고급 윤활기유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윤활기유는 자동차 등에 쓰이는 윤활유의 기본 원료다. 지난 2018년 기준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만 5,182억 원에 달한다. 배당 등에 쓰이는 당기순이익만 3,343억 원. 2019년에는 상각전 영업이익이 3,712억 원(사용권 자산 상각비 미포함), 당기순이익은 2,157억 원이었다. 쉽게 말해 투자에 성공하면 배당으로만 적게 잡아도 수백억 원의 돈을 손에 쥘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SK루브리컨츠는 2019년 모 회사인 SK이노베이션을 대상으로 3,800억 원을 배당한 바 있다.
국내 첫 사모 신용 펀드 출범 여부는 결국 몸값이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 대상인 SK루브리컨츠 지분의 예상 몸값은 1조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기업가치(EV)는 3조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순부채 등을 제외한 100% 지분가치(Equity Value)인 2조 원의 절반가량이다.
IMM PE는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바로 프로젝트 펀드 조성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협상자를 가리는 본입찰은 이르면 오는 2월 말께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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