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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앞장 선 한국 기업들은 사상 최초로 비대면 방식을 택한 CES 2021에서 첨단 기술력을 뽐냈다. 특히 이들 두 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선제대응할 수 있었던 기술적 기반은 물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모빌리티 등 미래 신기술을 공개해 CES 전 영역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사전에 제작된 영상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비대면 방식 탓에 흥행 효과가 예년만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전에서 출발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와 같은 최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한 결과물을 이번 CES 2021서 공개했다. 코로나19로 더욱 중요해진 가정 내 생활에 초점을 맞춘 이들 기업은 TV와 냉장고, 정수기, 청소기 등 일상 속 가전이 진화할 수 있는 ‘끝판왕’을 보여줬다. 세계 최초로 인텔의 AI 솔루션을 탑재한 삼성의 로봇청소기와 흡·배기를 조절해 착용이 편안한 LG전자의 웨어러블 공기청정기(전자식 마스크), 세계 최초로 공개된 롤러블폰이 대표적인 사례다.
TV·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TV를, LG는 소리 내고 휘어지는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투명 올레드, 기존보다 성능을 개선한 차세대 올레드 패널 등 차세대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전략 신제품으로 출시한 미니 LED TV도 화두였다. 미니 LED TV는 지난해 중국 업체들이 먼저 선보이긴 했으나, 기술력이 앞선 삼성과 LG가 뛰어들며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었다. 예년의 CES는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대거 참가해 서로의 기술력을 비교하는 치열한 대결의 장으로 기능했지만, 올해는 주요 중국 기업들이 불참을 선언하며 이 같은 비교가 어려워졌다. 또한 삼성과 LG가 완전히 새로운 제품·기술을 발표하지 않고 앞서 공개된 제품·기술들의 업그레이드를 선보이는 수준에 머물러 기술 정체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서는 비대면으로 치러진 이번 CES 2021의 태생적 한계 탓에 AI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 소개에 기업들이 힘을 쏟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CES가 상용화가 한참 먼 기술이나 하드웨어를 깜짝 발표하기보다는 AI 등 신기술을 누가 더 구체적이고 깊이감 있게 구현하느냐를 경쟁하는 장으로 변하는 추세”라며 “해외 업체들의 추격이 가팔라지면서 한국 기업이 업종 경계를 허물고 소프트웨어를 더욱 차별화 지점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CES에서 모빌리티에 초점을 맞춘 제품과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며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힘쓰는 모습이 관찰됐다. 삼성과 전장 부품 자회사인 하만 인터내셔널은 디지털 전자기기로 구성한 전장 부품 ‘디지털 콕핏 2021’을 공개했다. LG전자는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 파트너인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함께 설명회를 여는 등, “자동차 산업에서 선도적인 공급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고 있다. 또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룩소프트와 함께 만드는 알루토의 출범 소식도 CES를 통해 알리며 모빌리티 분야를 겨냥한 합작법인 소식을 연일 알리고 있다.
정유회사에서 종합 에너지·모빌리티 기업으로 변화를 꾀하는 GS칼텍스는 주유소를 이용한 드론 배송 서비스 등 미래형 주유소를 선보였고,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는 ‘자유 장착형 첨단 운전 시스템’을 소개했다.
한국 중소기업들과 스타트업도 AI, 로봇, 자율주행, 비대면 진료 등 기술을 들고 나왔다. 사단법인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CES에 한국 기업은 345개사가 참가했다. 혁신상을 수상한 제품·기술 386개 중 100개를 한국 기업들이 차지했다. 또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와 함께 한국관을 구성하기도 했다. KOTRA는 한국관 참가 89개사의 원활한 비대면 수출을 위해 온라인 마케팅과 통역 등을 적극 지원했다. 업계 관계자는 “행사가 온라인으로 개최되며 흥행 효과가 덜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한국 기업들이 전 분야에 걸쳐 활약, 코로나19가 가져온 뉴노멀 시대를 이끄는 전자·IT 강국임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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