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를 위한 현장 실사에 돌입하면서 세계 7위권 초대형 국적항공사 탄생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이르면 6월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할 전망이다. 신용평가사들은 합병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300%대에서 500%대로 낮아질 것이고 두 항공사가 ‘윈윈’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다. 다만 2022년까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되고 영업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 큰 규모의 자금 수혈이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장실사 핵심은 재무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위원회는 현장실사에서 재무 상황에 대해 가장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업을 하는 만큼 재무 상태 파악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지만 2019년 말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 전 우발채무를 두고 손해배상 한도가 문제가 됐던 만큼 이번에도 행여나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나오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 자체가 심각한 수준인 점도 배경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신용등급 하락 압박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정부 차원의 지속적 정책 지원 의지가 확인된 것이 이유다.
하지만 현재 숫자로 본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2019년에는 영업손실 4,437억 원, 당기순손실 8,179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직격탄에 3·4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2,551억 원, 순손실 6,238억 원을 기록 중이다. 여객부문 운항 중단, 환불수요증가, 환율상승이라는 3가지 악재가 동시에 작용한 것이 이유다. 환율에 따른 외화부채관련 평가 손실로 총 차입 부담금은 2019년 말 7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3·4분기 8조8,000억 원으로 1조 원(12.8%) 급증했다. 대규모 당기순손실로 자기자본도 지난해 말 9.083억 원에서 올해 9월 5,561억 원(영구전환사채 3,000억 원 포함)으로 급감했다. 총차입금 대비 EBITDA 비율은 12.4배에 이른다. 잉여현금흐름상 자금부족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4·4분기 실적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화물 수요 증가로 3·4분기(134억 원)와 같은 이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아시아나가 올해 4·4분기 실적 개선으로 영업손실 231억 원, 순손실 611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다만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 자료를 분석한 한화투자증권의 자료를 보면 화물실적은 지난해 말 기준 66만5,000톤으로 전년(66만톤)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9월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은 2,308%다. 2017년 565.9%, 2018년 781.5%, 2019년 1386.7% 등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통합이 성사되면 대한항공이 1조5,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전환사채(CB) 3,000억 원 등 총 1조8,000억 원을 수혈한다. 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524~544.9%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당장 숫자는 좋아지지만,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골든타임 1년…항공업 정상화가 관건
주요 신평사들은 본업이 얼마나 빨리 정상화할지를 등급 하향 조건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자본확충을 하더라도 효과는 단기적일 뿐이란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이동걸 산업은행장도 “합병 시나리오는 2022년 여름 항공업이 정상화 하는 과정에서 한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더 늦어져 2022년 연말에도 항공업 정상화가 안 되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통합을 통해 경쟁 강도 완화로 우호적 시장환경 조성, 노선 및 기재 효율화, 영업 수익성 회복을 통해 재무안정성이 추가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가 기대된다”면서도 “합병 일정이 빨라야 6월이고 각국 기업결합 승인 관련 불확실성으로 늦으면 6개월을 연장, 올해 말 합병이 완료될 수 있어 남은 6개월 동안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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