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아동 학대 사건을 전담하는 학대예방경찰관(APO)제도의 대대적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찰청이 인센티브 확대와 인력·예산 확충 등 APO 내실화 방안을 뒤늦게 내놓은 가운데 일선 경찰들의 APO 기피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활동 중인 APO는 총 669명으로 256개 경찰서에 평균 2~3명씩 배치돼 있다. 지난해 1~11월 기준 112로 접수된 아동 학대 신고는 총 1만 4,894건. APO 한 명당 매일 적게는 15건에서 많게는 22건의 아동 학대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재발 위험이 높아 사후 관리가 필수인 아동 학대의 특성상 APO가 실제 맡는 사건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명확한 책임과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현장 출동 시 APO가 참고해야 할 현장 매뉴얼은 모호하다. 한 APO는 “피해 아동을 바로 분리 조치하지 않을 경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매뉴얼이 모호한 데다 사후 책임도 현장 APO가 모두 짊어져야 해 당혹스러운 적이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APO도 “자녀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부모를 어렵게 설득해 아동의 안전을 확보했는데 갑자기 보호자가 말을 바꿔 스무 차례 넘게 민원을 넣은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APO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1~2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경사 이하의 막내급 직원들이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장 출동이 잦지만 지원 부서라는 이유로 관련 투자도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일반 수사 부서와 달리 APO들은 교통편 지원과 위험수당을 따로 받지 못한다. 아동보호 전담 기관과 함께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멈추는 일도 빈번하지만 투자가 후순위로 밀리며 개선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우수 인력이 APO에 지원하도록 특별 승진, 승급 기회와 관련 수당을 확대하겠다”며 “대응 매뉴얼에 면책 규정을 신설하고 인력과 예산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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