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조건부 지원 제안에 쌍용자동차 노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003620) 노조는 이동걸 산은 회장의 ‘흑자 전 쟁의 행위 금지·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 등 지원 전제 조건을 놓고 내부 논의 중이다. 이르면 이번 주 중 노조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12일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구조조정 기업이 정상화하기 전에, 흑자도 되기 전에 매년 노사협상한다고 파업하는 자해행위를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사업성 평가와 함께 두 가지 전제조건이 제시되지 않으면 산은은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공적 자금 투입을 두고 ‘혈세 낭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산은이 쌍용차 지원에 앞서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산은은 대주주 마힌드라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쌍용차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산은은 쌍용차와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쌍용차 지분 매각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논의 중이다. HAAH오토모티브는 쌍용차의 채무를 재조정한 뒤 재산정된 가격에 인수하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HAAH오토모티브의 연 매출 규모가 2,000만 달러(약 240억 원)에 불과해 자금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쌍용차가 위기에 처한 만큼 노조가 산은의 조건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쌍용차 기업노조는 “총고용(전원 고용)이 보장된 회생절차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앞으로 지분 매각 과정에서 구조조정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산은의 조건을 무턱대고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이문호 소장은 “HAAH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한동안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고 그 경우 법정관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며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노사 또는 노정 대립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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