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청소년 수련 시설인 유스호스텔을 7년째 운영하는 A 씨는 지난해부터 공사판에서 일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수련평가에서 전국 1위를 할 정도로 운영을 잘 해 왔지만 지난 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터지면서 연 매출이 1억 원 밑으로 풀썩 주저 앉아서다. 지난 2016년 경주 대지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A씨는 "연간 6억~7억 원이었던 매출이 작년에는 1억원도 안됐다"고 토로했다.
지난 해 단체 손님은 권투선수단 방문이 전부였다고 한다. 휴교와 학생지원시설의 예산 부족으로 수학여행 등 학생 단체 손님이 사라진 것이다.
매출은 없는데 매달 나가는 전기·수도요금과 50여개 객실을 운영하는 비용, 대출 원리금 상환 등의 고정비를 내야 하다 보니 막일을 시작한 것이다. A씨는 함께 사는 부모, 아내, 두 자녀를 위해 생계비도 벌어야 하는 상황이다.
A씨는 "세월호 참사때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경주 대지진도 버텼지만, 이번에는 정말 못 버티겠다"며 "올해 상반기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폐업하려고 한다"고 힘없이 말했다.
경주 대지진때도 버텼던 경주 유스호스텔이 폐업 공포에 휩싸였다. 과거부터 수학여행 1번지로 불리던 경주가 코로나에 휘청이고 있다.
17일 경주 유스호스텔들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10곳의 유스호스텔 가운데 2곳이 폐업했다. 경매로 나온 곳도 사는 사람이 없어 계속 유찰되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4~5곳도 경영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114개(2019년말 기준) 유스호스텔 사정도 비슷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스호스텔은 수학여행 학생들이 주요 고객이지만, 수학여행지가 해외로 다변화되고 있는 데다 코로나 19 직격탄으로 수요가 뚝 끊겼다. 경주에서 10년째 유스호스텔을 운영하고 있는 B 씨는"지난 해에는 손님이 없어 직원 4명을 모두 무급 휴직으로 돌렸다"고 말했다. 70개 객실을 보유한 B 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신용불량자가 됐다.
수익이 없어 원리금 상환을 제 때 하지 못해서다. 유스호스텔은 건립 비용이 평균 30억~40억원이다 보니 대출을 많이 낄 수 밖에 없어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데 코로나19와 같은 사태가 나면 꼼짝없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숙박업은 방을 몇 개라도 팔면 유지가 되지만 유스호스텔은 개인 고객으로 운영이 불가능하다.
유스호스텔의 경영악화는 경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114곳의 유스호스텔이 산재해 있지만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예산 부족으로 코로나 피해 지원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의 청소년육성기금을 통한 대출 지원사업이 2010년 종료됐기 때문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전국 유스호스텔의 어려움을 알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직접 지원은 현재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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