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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40%가 '셀프'...복합공간 변신 가속

■심층분석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영향

시설 자동화 앞선 日비중 추월

정유사, 자영 주유소도 시설 지원

편의점·커피숍·택배 등 속속 도입





국내 주유소 10곳 중 4곳꼴로 운전자가 내려서 직접 기름을 넣는 셀프주유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사들이 주유소를 단순히 ‘기름 넣는 곳’을 넘어 편의점·커피숍 등 복합 공간으로 변신을 시도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현 정부 들어 단행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활성화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줬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도 원인

18일 한국석유공사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의 전국 셀프주유소 수는 4,460개로 집계됐다. 전체 1만1,369개 주유소 중 39.2%를 차지한다. 이는 각종 생활편의 시설 자동화가 일찌감치 일상화된 일본의 셀프주유소 비중인 34.8%(전체 2만9,637개 중 1만320개)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의 셀프주유소 비중은 지난 2019년 34.2%로 일본(33.6%)을 처음 추월했는데, 불과 1년 만에 격차가 5%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앞선 2018년까지만 해도 국내 셀프주유소 비중은 28.4%로, 32.3%인 일본보다 크게 낮았다. 그만큼 한국의 셀프주유소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다.

셀프주유소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정유업계는 그중에서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꼽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은 올해 8,720원으로 4년 만에 34.7% 수직 상승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셀프주유소로 전환해도 완전 무인화는 어렵지만 최소 한 명 이상의 인건비는 줄일 수 있다”며 “인건비 상승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으로 셀프주유소 전환이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셀프주유로 다양한 연계 마케팅 가능

그렇다고 정유업계가 셀프주유소 전환으로 얻는 효과가 인건비 절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전기차 등 친환경차 확대, 이에 따른 경유·휘발유 등 내연기관차 고객 감소 추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셀프주유소는 다양한 연계 마케팅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인건비를 절감해 경유·휘발유를 일반 주유소보다 낮게 판매하지만, 그 부대 효과를 통한 부가적인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셀프주유소는 운전자를 일단 차에서 내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면서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면 가격 인하와 주유소 환경 개선 효과로 오히려 20% 정도 판매 증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사들은 직영 뿐 아니라 자영 주유소도 셀프 전환 때 시설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정유사들이 주유소에서 세차 서비스와 택배 접수, 편의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렌드도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셀프주유소가 과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정유사들의 소매업종 진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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