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시장 불안정 요인으로 1~2인 가구 급증에 따른 세대수 증가를 꼽았다. 이어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주택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자신했다.부동산 주요 현안 중 하나인 대출 규제에 관련해서도 ‘전문적인 부분’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대통령 발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의욕적으로 준비중인 공급 대책 등이 과거 부동산 정책 실패를 답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정부는 가구 수 분화 등 인구구조 변화를 사전에 예측하고 중장기적인 공급 계획을 세우는 게 기본적인 책무”라며 “지난해에만 갑자기 예상치 못한 가구 수 급증으로 공급 부족을 불러왔다는 말은 임대차 2법 등 정책 실패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세대수 증가해 집값 올랐다? 넘치는 '소형 주택' 공급 신호?>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가진 신년 기자회견서 “전체 인구수는 감소했지만 세대수가 급격히 늘었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의 배경을 언급했다. 이외에도 저금리 등을 제시하며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과 임대차 3법 강행에 따른 부작용은 쏙 뺐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밝힌 앞으로의 공급 대책이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할 시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형 아파트 위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집값 불안의 원인은 1~2인 가구가 거주하는 소형 주택이 아니라는 것이 시장의 비판이다. 오히려 소형 주택의 경우 이미 민간에서 ‘초과 공급’ 우려마저 나오고 있어 공공주택까지 소형 평형 위주로 공급되면 시장 혼란은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바탕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 1월11일까지 전용면적별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보면 전용 40㎡ 이하 소형 아파트는 2.38% 오르는 데 그쳤다. 대신 전용 85㎡ 초과~102㎡ 이하의 중대형 평형은 같은 기간 12.97% 상승, 전용 40㎡ 이하보다 5.4배 높았다. 이어 △전용 60㎡ 초과~전용 85㎡ 이하(9.50%) △전용 102㎡ 초과~전용 135㎡ 이하(8.72%) △전용 40㎡ 초과~전용 60㎡ 이하(6.74%) △전용 135㎡ 초과(5.76%)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양상은 1~2인 가구를 겨냥한 주거 형태인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전국과 수도권의 전용 40㎡ 이하 소형 오피스텔 가격은 각각 0.04%, 0.02% 내렸다. 여타 평형대가 상승한 것과 대비적이다. 원룸 또한 마찬가지다. 다방에 따르면 서울시의 전용 33㎡ 이하 원룸의 평균 월세는 지난해 12월 기준 47만원으로 2020년 1월(55만원) 대비 14.5%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전용 60㎡ 이하의 투스리룸 월세는 70만원서 86만원으로 22.9% 급등했다.
<'대출 규제 해법’ 묻는 질문에 “전문적이라 답변 어려워”>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는 “주택을 공급한다 해도 현행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및 DTI(총부채상환비율)을 고려하면 최소 3억~4억원에 달하는 자기 자본이 있어야 한다. 30~40대 부부라 하더라도 도움 없이 그 돈을 모으기란 어렵다”며 주택 대출 해법에 대해 질문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LTV·DTI 등 대출 규제 관련)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부분에 들어가면 답변 드리기 어렵다”며 “대통령이 마치 지침을 내리는 듯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분이 많다. 매입이 어려운 만큼 빠른 시일 안에 부족한 물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신속히 마련, 설 전에 국민들께 발표하겠다”며 동문서답을 내놓았다.
이날 문 대통령의 답변에서 반복해서 나온 ‘시장 예측을 뛰어넘는 공급’은 기존 기조와도 크게 다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입장은 “공급은 충분하다”였다. 대신 집값 불안정의 원인을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자들로부터 찾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급에 대해서만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을 보니 암기하고 온 느낌이 들었다”며 “부동산 현안을 대통령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기는 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