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판도를 흔들 ‘대어’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온다. 네이버쇼핑과 쿠팡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에 온라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 공룡과 풍부한 유동성을 무기로 투자처를 찾는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까지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이베이 본사는 19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사업을 위한 전략적 대안 찾기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베이는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고 미래 사업 성장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포함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018년부터 업계에 나돌던 이베이코리아의 새 주인 찾기를 공식화한 셈이다.
이베이는 2019년 초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이 지분을 약 4% 정도 사들이고 주주 가치 제고 등을 요구하자 같은 해 11월 자회사인 티켓 플랫폼 기업 스텁허브를 40억 달러(약 4조 7,000억 원)에 매각한 바 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이베이코리아는 2000년 한국 사업을 시작 2001년 옥션과 2009년 G마켓 등을 인수했다. 연평균 20% 이상씩 커진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과 함께 성장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2019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35조 원 규모로, 이베이코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약 19조 원)에 이른다. 2019년에는 매출 1조954억원으로 ‘1조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 역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소비가 늘면서 눈에 띄는 매출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 업체 중 유일하게 이익이 나는 곳으로 15년 연속 흑자를 달성 중이다. 2019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615억 원이었다. 쿠팡이 연 1조 원의 적자를 내고 티몬, SSG닷컴 등 경쟁 온라인 쇼핑몰 업체 역시 손실을 보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는 2019년까지 쿠팡, 11번가, 위메프, SSG닷컴 등을 제치고 국내 온라인 쇼핑몰 시장 1위를 기록 중이다. 다만 해당 분석에 쇼핑 플랫폼인 네이버쇼핑은 빠져있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국내 주요 유통 대기업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MBK, 어피너티 등 자금력을 갖춘 사모펀드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숨에 온라인 쇼핑업계 1위로 급부상할 수 있다. 오프라인 강자지만 온라인쇼핑몰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대백화점도 후보로 거론된다. MBK는 홈플러스와 시너지를 노려볼 수 있다. SSG닷컴에 투자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도 신세계와 협업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문제는 가격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지만 선뜻 지갑을 열기 부담스러운 액수다. 네이버쇼핑이라는 초강력 쇼핑 플랫폼과 배송에 특화된 쿠팡, 특가에 강점을 지닌 티몬 등 강력한 경쟁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제3의 길을 제시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이베이코리아의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도 약점이다. 이베이코리아는 2017년부터 영업이익은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 2017년 영업익 623억원에서 2019년 615억 원으로 줄었다.
한편 이베이코리아는 CEO를 교체하며 매각을 위한 본격적인 분위기 만들기에 들어갔다. 8년간 이베이코리아를 이끌어 온 변광윤 사장은 퇴임하고 후임에 전항일 이베이재팬 사장이 선임됐다. 롯데백화점과 LG상사, 삼성물산 등에서 영업과 마케팅을 맡았고 2003년 이베이코리아에 입사, 2018년부터 이베이재팬을 이끌어 왔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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