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공모주 열풍에 이어 유상증자 청약에도 불이 붙었다.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시세 대비 싼 값에 주식을 매수해 차익을 내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영향이다.
포스코케미칼(003670)은 지난 18~19일간 진행한 유상증자 일반청약에서 1,316대 1의 최종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우리사주와 구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청약에서 103.03%의 초과주문을 받은데 이어 약 15억 원 규모의 단수주(1만8,936주) 모집에도 2조 원에 가까운 뭉칫돈이 쏟아진 것이다. 이번 유상증자의 총 물량을 뛰어넘는 규모로 단순 계산 시 약 1억 원을 넣어야 신주 1주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날 종가 기준 포스코케미칼의 주가는 13만2,500원으로 신주 발행가격 7만7,500원 대비 약 71% 오른 상황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코스피 지수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신주 발행 규모만 10조 원에 육박하는 등 유동성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맥쿼리인프라(088980)가 117%의 초과청약을 받은 것을 비롯해 헬릭스미스(084990)(109.79%), 유바이오로직스(109.91%), 두산퓨얼셀(336260)(109.96%) 등도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업황이 악화된 에어부산도 일부 실권(4%)이 발생했지만 시장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일반공모 청약에서 626.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주 시장도 연일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모바일 광고 플랫폼 회사인 엔비티는 지난 12~13일 진행한 일반 청약에서 4,398대 1의 경쟁률로 마감하며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청약 증거금으로 약 4,180만 원 이상을 넣은 투자자만 공모주를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엔비티의 경우 지난해 3·4분기 누적 기준 16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청약에 6조9,518억 원의 증거금이 쏟아졌다.
시장에 나오는 신주들이 잇따라 흥행하자 유상증자나 IPO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당장 다음 달에도 한화솔루션(009830)(1조2,000억 원)과 대한항공(003490)(2조5,000억 원)의 조 단위 증자가 예정돼 있다. 연초 증시 상장을 대기하고 있는 기업도 10곳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연초에 한가하고 연말에 몰리는 예년의 IPO시장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한편 상장 기업들의 신주에 잇따라 자금이 몰리면서 투자자들의 수익성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대규모 청약 증거금을 넣어도 워낙 경쟁률이 높아 손에 쥐어지는 신주는 1~2주에 불과한 탓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들이 투자 이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며 “공모주 균등배분제가 늘어나면 경쟁률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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