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말 등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구촌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약 9,620만 명, 206만여 명에 달하는 가운데 최근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증상 감염, 재감염, 엄청난 후유증 등 기존 바이러스의 속설을 깨며 확산일로다. 우리나라에서도 20일로 코로나19가 발발한 지 1년이 되면서 우울증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를 넘어 분노를 나타내는 ‘코로나 레드’나 암담한 감정을 느끼는 ‘코로나 블랙’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과연 변이가 변종으로 진행되지는 않을지, 현재 나온 백신이나 치료제가 변이 바이러스에도 유효할지, 코로나19가 잡힐지 풍토병으로 남게 될지 등에 대한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70% 더 강하다고 알려진 영국 변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9월 처음 발견된 뒤 프랑스 등 유럽 곳곳을 비롯해 미국 등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발견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오는 3월까지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 점령당할 수 있다”고 점쳤다. 영국 변이 바이러스는 미국에서 확산 중인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두 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영국 변이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더 센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20개국 이상으로 확산됐고 최근에는 일본·미국·독일 등 기존에 발견되지 않았던 변이 바이러스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독일의 경우 19일(현지 시간) 앙겔라 메르켈 총리 주재로 연방 정부와 16개 주지사 회의를 열고 2월 14일까지 학교와 아동 보육 시설, 상점을 닫는 전면 봉쇄 조치를 연장하고 야간 통행금지 도입에 나서는 한편 유럽 국가들과 국경 통제 강화를 위한 협의에 돌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더 많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질수록 변이할 가능성은 더 많아진다”고 우려한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가 더 치명적이거나 중증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강한 감염력으로 더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며 “백신 접종으로 인구의 60~70%에서 항체가 생기는 집단면역을 위해 백신 접종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현재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얼마나 센지는 제대로 검증된 상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바이러스는 유전정보가 있는 핵산과 이를 둘러싼 단백질 막으로 구성돼 사람 몸의 세포와 결합하며 증식하는데 으레 변이가 이뤄지기 마련이다. 코로나19의 경우 표면의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이 사람 세포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해 기생하며 복제하는데 돌기에서 변이가 이뤄질수록 세포 결합 능력이 커진다.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서는 모두 23개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는데 이 중 8개가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와 관련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서는 영국발보다 유전자 변이가 2개 더 이뤄졌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최근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진 암 환자의 몸에서 자유롭게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현재 방역 당국은 영국발 입국자가 코로나19로 확진되면 3만여 개의 코로나바이러스 염기서열 전체를 분석해 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일반 유전자증폭(PCR) 검사에 비해 시간과 공력을 더 쏟고 있다.
만약 바이러스의 변이 범위가 넓어지며 감염력·중증도·치명률에 큰 변화를 보여 아예 다른 바이러스처럼 오해를 받을 정도가 되면 변종이라고 일컫는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종은 아직 같지만 거의 다른 바이러스처럼 느껴지는 바이러스가 되는 것”이라며 “2010년대 중반에 남미를 중심으로 크게 확산돼 소두증을 유발했던 지카바이러스는 수십 년 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발생한 지카바이러스의 변종인 셈”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사스와 유전자 측면에서 21%가량 차이가 나 다른 이름을 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까지 인간에게 감염된 코로나바이러스는 7종인데 사스와 메르스·코로나19는 중증 폐렴 유발 등 고병원성이고 나머지 4종은 감기를 유발하는 저병원성이다.
코로나19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 개발사들은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보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유임되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 등도 이런 의견에 동조한다. 정 교수는 “백신 다수가 스파이크 단백질에 집중된 항체반응이나 면역능력 유도를 목적으로 해 현재까지의 변이들에 대응할 만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변이 범위가 넓어지고 다른 유전자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면 현재의 스파이크 단백질 중심인 백신의 효능이 감소할 수 있어 적정한 시기에 백신 유전자 정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 바이러스 입자 전체를 불활성화해 만드는 백신은 이런 문제를 상당 수준 비켜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반면 데이비드 헤이먼 WHO 전략기술자문위원장은 “변이가 계속 나타나면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데이브 릭스 일라이릴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서 릴리 항체 치료제의 표적인 스파이크 단백질에 더 극적인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이론적으로 우리 치료제를 피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설령 변이가 백신에 의한 항체반응을 회피한다고 해도 변이 바이러스도 비교적 잘 잡아줄 수 있는 기억T세포 반응을 백신으로 유도할 수 있다”며 “백신이 쓸모없어질지 모른다는 섣부른 우려나 불안은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변이가 백신 면역을 회피할지에 대해서는 예단하지 말고 꾸준히 관찰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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