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자영업자 손실보상 방식과 필요한 재원 규모 등을 살펴보며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기재부에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 검토를 공식 지시한 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22일 “가능한 한 (자영업자에) 도움을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며 내부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 논의와 의원 입법안 등을 살펴보고 소요 재원을 따져보는 등 손실보상 제도화를 위한 방안을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구체적인 방향을 잡지 못한 상태다. 여당에서 거론되는 의원입법안도 제각기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 정부가 검토를 마치고 세부안을 마련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벌써 여러 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민병덕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은 집합금지 업종에 손실매출액의 70%, 영업제한 업종에는 60%, 일반 업종에는 50%를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강훈식 의원이 발의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집합금지 업종에는 금지기간에 해당하는 최저임금과 임대료 전액을 주고 영업제한 업종 등에는 최저임금과 임대료의 일정비율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동주 의원이 발의한 ‘코로나19 감염병 피해 소상공인 등 구제에 관한 특별법’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소속의 소상공인손실보상위원회를 설치해 손실보상금 지급에 관한 내용의 정하도록 했고, 전용기 의원이 발의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 개정안’은 영업제한 대상 사업장의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안들은 크게 보상 규모와 방식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법안(민병덕 의원안, 강훈식 의원안)과 보상 근거를 두고 세부 내용은 상황에 맞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동주 의원안, 전용기 의원안)으로 나뉘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후자의 방식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재정 부담과 상황 대처를 위한 유연성 등을 고려하면, 액수 등 보상 규모와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법에 규정하기보다는 보상 근거 조항만 마련하고 재난 상황에 따라 정부가 세부 방안을 만드는 게 합리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보상을 두고 정치적 논란이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불가항력적인 사태가 일어났을 때 피해에 비례해 지원한다는 원칙을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다”며 “다만 실제 적용 범위나 금액 등은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까지 법으로 못 박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코로나19 이외에 다른 상황도 고려하면 일시적인 특별법보다는 일반법을 통해 피해 보상 근거와 체계를 마련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이후에는 상황에 따라 관계된 정부 부처가 세부적인 손실보상방안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지원에 대한 기준을 일정부분 규정하는 방향은 맞지만 큰 부분에 대해서만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집행 범위나 업종 등은 정부 지침으로 만드는 게 적절하다”며 “이렇게 되면 국가도 국민의 재산권을 제약할 때 보다 신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감염병예방법이나 소상공인법에 국가가 손실을 보상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을 두고 나머지는 정부에 위임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손실을 보상할 재난의 종류와 보상 대상, 보상 내용 등을 법으로 규정하면 지나치게 경직될 위험이 있다. 이 경우 실제 집행까지는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게 돼 실효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지급해야 할 손실보상금의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선 국채 발행, 소득 상위 계층에 대한 증세, 부담금 신설을 통한 기금 조성 등을 거론했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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