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042670)가 BBB등급 회사채 포문을 성공적으로 열었다. 대주주 변경을 앞두고 중국 법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하는 등 호재가 겹친데다 연초 회사채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커진 영향이다. 증권사 리테일뿐만 아니라 캐피탈·운용사에서도 매수 주문이 들어오면서 얼어붙었던 비우량 회사채 시장도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날 1,1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 예측에서 2,86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 금리도 희망 밴드(4.2~4.7%) 최하단인 4.25%로 결정됐다.
지난해와 달리 정부 지원 없이 자력으로 발행에 성공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두 차례의 회사채 발행에 나서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로부터 총 1,500억 원을 지원받았다. 시장 투자자들에게는 10월 1,300억 원 모집에 480억 원, 12월 1,500억 원 모집에 10억 원의 투자 수요를 모으는 데 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확산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 우려가 높아진 영향이 컸다. 두산인프라코어뿐만 아니라 두산·대우건설·현대일렉트릭·AJ네트웍스 등 대부분의 비우량 회사채가 미매각됐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고 반면 주식시장은 활기를 띠면서 개인들의 매수세가 채권보다는 주식으로 몰렸다”고 풀이했다.
회사채 시장의 주 투자자가 자산 운용사나 은행·보험사 등 기관인 것과 달리 BBB급 회사채는 증권사 창구를 통한 리테일(소매) 수요가 많다. 대부분 적금처럼 만기까지 보유하는데 위험 대비 수익률이 높아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 발행에서 2년 만기에 연 4.2~4.7%의 고금리를 제시했다. 동일 만기의 시중은행 정기적금이 연 1%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수준이다.
환경적인 요인과 더불어 대주주 변경을 앞둔 두산인프라코어의 상황도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지주(267250)-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지난해 말 두산그룹과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달 말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약 8,000억여 원이 걸린 중국 자회사(DICC)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회사채 수요 확보에 성공하면서 비우량 회사채들의 발행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BBB급 회사채 물량은 약 1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000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많다. 당장 이달 말 300억 원 만기가 돌아오는 한진(002320)은 추가 자금 조달 없이 보유 현금으로 상환할 계획이다. 한 대형 증권사의 기업금융 담당 임원은 “두산인프라코어가 흥행하면서 이제까지 눈치만 보던 저신용 기업들이 차환과 운영자금 조달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지난해 시장이 막히면서 은행 대출을 늘린 기업들까지 금융 비용 절감을 위해 회사채 시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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