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이 누적돼 온 모나미(005360)가 800억원대 부동산 매각을 결정했다. 지난 2010년 203억원에 안산 공장부지를 판 이후 두 번째 대규모 자산 매각이다. 10년간 매각한 공장·물류 부지와 자사주 매각 등만 해도 1,0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문구 판매가 매년 감소하는 데다 지난 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초·중·고교 등교가 차질을 빚으면서 최악의 경영 상황을 맞고 있다. 더구나 디지털 필기구가 등장했지만 대응이 늦어지면서 극적인 탈출구가 보이지 않자 대규모 자산매각을 통한 기사회생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모나미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있는 물류창고를 830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모나미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용인 물류센터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모나미가 매각하는 용인 동천동 물류창고는 2010년 362억원에 사들였다. 모나미는 이번 매각으로 468억원 규모 차익을 보게 됐다.
이곳 창고 규모는 아파트 한 개 단지가 들어갈 정도로 큰 편이다. 토지 규모만 1만3,554㎡다. 특히 걸어서 3분 거리에 신분당선 동천역이 있다. 근처에는 오피스들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있다. 이 부지는 부동산 개발업체가 인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구류 매출 부진 등으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면서 모니미의 부채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5년 126%였던 부채 비율은 지난 해 3분기 149%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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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 해 코로나19에 따른 등교 중지와 학령 인구의 지속 감소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3분기 누적 매출은 941억원으로 전년 동기(964억원)와 비교하면 20억원 가량 줄었다. 2019년 매출액은 1,32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1,300억원선도 무너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자산 매각을 통해 재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모나미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면서 반사 이익이 기대돼 주가가 급등하자 2019년 8월 자사주 35만주(21억원 규모)를 매각했다. 앞서 2010년에는 안산 공장을 200억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실적 회복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정점에 올라 매각에 적기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오너 2세인 송하경 대표의 전략 부재를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문구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된 혁신보다는 일본산 불매 운동과 고가 전략에만 기대다 보니 실적 악화의 수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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