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미 투자자들과 월가의 헤지펀드 간 대결인 ‘게임스톱 사태’의 파장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반대매매’ 공포에 떨고 있다. 특히 올해 초부터 국내 증시가 보기 드문 강세장을 보이자 뒤늦게 빚을 내가며 뛰어든 투자자들이 급증했던 탓에 시장의 불안은 가중되는 양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조정 국면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무리한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8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총 259억 원으로 집계됐다. 미수금과 대비한 반대매매의 비중은 7.4%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30일 반대매매 금액은 59억 원이고 미수금 중 1.6%의 비중을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최근 반대매매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대매매란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떨어질 때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팔아 대출금을 찾아오는 방식을 뜻한다. 전일 종가의 하한가로 매도 수량을 산정하고 장 개장 전 동시호가로 한 번에 팔아버린다.
이는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의 규모가 급격하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신용 융자 잔고는 28일 기준 21조 2,444억 원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12월 30일(19조 2,214억 원)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 약 10%가 늘어난 것이다. 이달 25일 이 규모는 사상 최대인 21조 6,311억 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증권사들이 대출 중단 조치를 내려 그 증가세는 다소 줄어든 양상이다. 하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빚투’의 규모는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국내 증시가 최근 급작스럽게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자 반대매매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물론 현 상황에서 반대매매의 증가가 국내 증시 위축으로 직결된다고 보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신용 잔고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지만 시가총액 대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개인 주식의 신용 매수 비중도 금융 위기 이후 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빚투’ 우려는 과거보다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신중하게 현 장세를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그간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올랐던 만큼 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시장은 지난해 장세와 완전히 다르다”며 “지난해는 주가가 낮은 상태서 급하게 올라가는 장세로 단기 매매 차익이 가능했지만 올해는 일정 수준 주가가 오른 상황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투자 기간을 길게 놓고 봐야 매매 타임의 리스크를 희석시킬 수 있다”며 “‘빚투’와 같이 투자 기간이 굉장히 짧을 수밖에 없는 방법은 지양하되 장기 성장성이 있는 우량주 중심으로 버티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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