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사회의 과도한 빈부 격차를 아파하시면서 평소 동반 성장을 주장하시는 어느 경제학 교수님은 야구 사랑이 깊어 KBO 총재를 지내셨다. 총재 시절인 지난 2018년 2월 한 일간지에 ‘이익 공유와 프로스포츠의 동반 성장’이라는 칼럼을 쓰셨다. 칼럼에서 미국 프로스포츠의 이익 배분 모델은 ‘성공한 동반 성장 모델’인데 “이익 공유가 자본주의 경제에 맞는지 여부에 언성을 높이기보다 정부나 기업이 대승적 자세로 이런 아이디어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경제학과 야구 양쪽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 존경스럽다.
말씀하신 미국 프로스포츠의 이익 배분 모델은 바로 ‘수익배분(revenue sharing)’제이다. 유럽 프로스포츠 리그에는 없는 제도다. 이 제도는 사전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방송중계권·라이센싱·스폰서십 등에서 발생하는 리그의 자체 수익 일부를 구단들에 균등하게 분배하고 또 각 구단의 개별 수익 일부를 리그 소속 모든 구단에 균등하게 분배하는 제도인데 팀 간의 전력 균등화(competitive balance)가 목적이다. 이 외에 드래프트 제도와 샐러리캡 제도가 있다. 이들 제도를 활용하면 연고지별 시장 규모 차이에 따른 구단 간 수익 편차가 최소화되고 전력 균등화가 이뤄진다. 팀 간에 전력 차이가 너무 크면 경기가 재미없고 관중도 수입도 없다.
요즘 한국에서 말 많은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프로스포츠 리그의 수익배분 제도처럼 운영할 수 있을까. 양자의 차이가 커 가능할지 모르겠다. 예컨대 수익배분제는 명백한 담합이고 독점금지법 위반이지만 미국 법원은 독점금지법의 적용을 면제해줬다. 합법적 독점이 인정되는 산업이 된 것이다. 상품 시장에서 이런 담합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야구 메이저리그 각 구단은 MLB닷컴이라는 통합 홈페이지가 관리해 리그 전체가 하나의 기업이라는 인상을 준다. 또 스포츠 리그는 거의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가진 팀 간의 계약으로 각 팀은 대등한 지위에서 계약이 가능하다. 반면 이익공유제는 위·수탁(원청·하청) 관계 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가 전제되고 대·중소기업 간에는 시장이 달라 동등한 조건의 계약이란 애초 성립할 수 없다. 리그 선수는 국내 한정된 시장에서 뛰고 상품 시장 선수는 무한대의 세계 시장에서 뛴다. 아메리칸리그(AL) 15개 팀, 내셔널리그(NL) 15개 팀, 리그 내의 배분이라 간단할 수 있는 반면 상품 시장의 플레이어는 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한편 미국 스포츠 관련 논문에는 수익배분 제도의 모순과 폐단이 더러 지적되고 있다. 비용은 공유하지 않으면서 수익만 공유한다든지, 우수 선수만 피해를 본다든지, 배분된 수익을 전력 균등화에 사용하지 않고 빚 갚는 데 쓴다는 것 등이다. 어려운 문제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