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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주주제안 협의 했어야" 박철완 요구 깎아내린 금호석유, 소액주주 지지 받을까

업계 "금호석유 입장문, 박 상무 상황 녹아나"

단일 최대주주지만 경영 참여 등 목소리 못내

금호석유 측, 주주제안 단순히 배당 확대 목적으로 해석

장기간 짠물 배당 소액주주 맘 잡기 쉽지 않을 듯





금호석유(011780)화학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투자 업계에서는 최근 금호석유가 낸 공식 입장문을 보면 왜 박 상무가 주주제안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는지 묻어난다고 평가했다. 주주제안의 명분이나 절차에서 금호석유 측의 일방적 주장으로 인해 양쪽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주주제안 사전 협의했어야”

금호석유는 28일 입장문에서 “주주제안을 명분으로 사전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현재 경영진의 변경과 과다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주주제안을 사전협의하라는 입장이 오히려 비상식적”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주주제안은 상법상 보장된 주주의 권리다. 주주총회에서 다뤄지기를 원하는 안건을 주주가 직접 발의하는 것을 말한다. 상법상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주총 6주 전까지 서면이나 전자문서로 기업에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상장사는 주주가 6개월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1%(자본금 1,000억원 이상은 0.5%) 이상 보유하면 주주제안이 가능하다. 박 상무는 금호석유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002년부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주제안을 위해 공동 보유관계 해소로 특별관계자도 해소한 바 있다.

개인 최대 주주였지만 그동안 이사회 참여 등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에 금호석유 측이 경영진 변경 제안에 대해 ‘갑작스러운 요구’라고 밝힌 부분 역시 현 경영진과 박 상무가 그동안 소통이 없었고 경영에서 배제됐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주주제안은 명분, 과다 배당 요구”



금호석유는 박 상무의 주주제안에 대해 “주주제안은 명분”이라며 “과다배당을 요구하고 있다”고 적었다. 아직 주주 박 상무의 주주제안 내용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보통주 1주당 1만원, 우선주 1만100원의 배당을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보통주 기준 시가 배당률 7%, 우선주 기준 18%에 달한다. 주주에게 지급해야 할 배당금만 3,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보통주(1,500원) 시가 배당률이 1.9%, 우선주(1,550원) 4.6%였던 것에 비해서도 많은 편이다.

다만 금호석유의 배당금은 2016년 800원에서 지난해 1,500원으로 확대된 바 있다. 꾸준히 실적이 개선됐지만, 짠물 배당을 이어왔다. 배당성향은 같은 기간 30%에서 13%로 낮아진 바 있다. 배당금이 늘었지만, 이익이 개선된 점에 비하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장기간 시가 배당율 1%에 불과한 배당으로 주주불만이 큰 상황이다.



금호석유 측은 “주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흔들림 없는 지지를 부탁한다”고 했지만, 막상 그동안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 등 캐스팅보트들이 주총에서 금호석유 편을 들지는 의문이다. 지분 7.9%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지난 2019년 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박 회장의 배임 혐의 때문이다. 과반 주주가 없어 3월 주총이 결국 표 대결로 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박 회장 측도 주주 환원 정책이 필요하고 결국 배당 확대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 상무, 목소리 언제 낼까

3월 주주총회 일자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다만 아직 박철완 상무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만큼 아직 공식적으로 표 대결에 돌입했다고 보기는 이른 상황이다. 박 상무 역시 장기간 준비를 통해 주주제안에 나선 만큼 다음 카드로 무엇을 꺼낼지도 주목된다. 소액 주주들을 집결시키기 위한 다른 카드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박 상무가 아주 신중하게 향후 입장이나 진행 상황 등에 대해 모니터링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직접 입장을 내놓을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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