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디지털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지난 1년간 일자리가 2만 2,000개나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 및 보험업 취업자는 77만 8,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 2,000명 감소했다. 이는 비교 가능한 지난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금융 및 보험업은 높은 임금에 고용 안정성도 높아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고 있다. 2013년 87만 8,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79만 4,000명까지 하락했다. 이듬해 84만 명으로 급반등하더니 이후 2년 연속 가파르게 감소했다.
금융 및 보험업 취업자는 은행원, 보험설계사, 카드 모집인 등을 말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전체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도 있지만 금융 및 보험업 일자리 감소율은 특히 컸다. 지난해 감소율은 2.7%로 전체 취업자 감소율(-0.8%)을 세 배 이상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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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금융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금융사들이 인력을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점이 하나도 없어 비용 면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지닌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약진하자 시중은행은 파격적인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신입 공채 규모는 줄이며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실시된 희망퇴직으로 2,000여 명이 짐을 싼 것으로 추정된다.
카드 모집인 역시 빠르게 줄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아다니며 인터넷·모바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사람이 늘어나고 코로나19로 대면 영업도 제약을 받으면서 카드 모집인 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 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전업 카드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들 금융사의 신용카드 모집인 수는 9,217명으로 1년 새 2,165명이나 감소했다. 신용카드 모집인 수는 2016년 말 2만 2,872명에 달했지만 4년 새 무려 1만 3,655명이나 감소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공습으로 금융사는 몸집 줄이기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며 “앞으로도 일자리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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