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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아시아 공대 모임 하면 기 꺾일 정도…서울대 법인화에도 여전히 규제 몸살”

[차국헌 서울대 공대 학장]

코로나19로 대학 생태계 급변...中 투자규모 어마어마

첨단학과 일부 정원 확대·교수 겸직 금지 해소에도

서울대 안팎 기술 사업화 막는 규제 곳곳 너무 많아

스탠퍼드대처럼 대학-기업 어우러져 성장동력 창출을

차국헌 서울대 공대 학장이 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옆 환구단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 대학의 환골탈태를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중국 등 아시아 6개국 공대 모임을 하면 기가 꺾일 정도입니다. 칭화대 등 중국의 투자 규모는 정말 어마어마하죠. 우리도 대학이 기업과의 경계를 깨고 기술 사업화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을 가져야 합니다.”

차국헌(63·사진) 서울대 공대 학장은 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울대가 법인화된 지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규제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대가 어렵게 첨단 학과의 일부 학생 정원 확대와 교수 겸직 금지 해소, 의대와 공대의 융합 연구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각종 규제로 서울대 인공지능(AI)밸리 조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애로를 호소했다. 이어 “미국 스탠퍼드대처럼 대학이 대기업, 외국 기업, 스타트업과 같이 어우러져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고 창업 역량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가 창업 활성화와 스타트업 지원 확대를 위해 SNU홀딩스컴퍼니를 추진하고 있는데.

△서울대기술지주회사가 존재하지만 산학협력단 아래 있고 산단은 교육부의 지휘를 받는다. 서울대병원처럼 반독립법인으로 만들어야 한다. 서울대기술지주의 경우 내외부 스타트업 투자액이 총 500억 원 정도로 대학기술지주 중에서는 가장 많은 편이나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내·외부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1조 원 정도는 조성해야 한다. 서울대가 지난 2011년 말에 법인화됐는데 공대 학장을 3년 반 하다 보니 국립대의 잔재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 기업은 디지털 대전환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데 학교는 아직 멀었다.



-교원 창업과 대학과의 상생 구조를 위해 정부도 법을 바꿨는데.

△교수 등이 창업해 대학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면 대학에 지분 20%를 줘야 하는 독소 조항 때문에 대부분 자회사가 되는 것을 싫어한다. 다행히 법이 개정돼 오는 6월부터 대학의 의무 보유 지분율이 10%로 낮아진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5%로 낮춰도 될동말동하다. 대학 자회사가 되는 게 유리하도록 만들지 않으면 여전히 외면할 것이다.

-공대 발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것 같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공통 교과목을 개설하고 클라우드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40명 규모의 광역모집(무학과·無學科) 선발을 2023년부터 시행하기 위해 정부를 설득하기도 했다. 융합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의 연구소인 해동첨단공학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내년 말 개관한다. 공대와 의대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바이오헬스펀드도 조성할 방침이다.

-첨단 학과 정원 증원도 현안인데.

△교육부의 수도권 억제책으로 어려움이 많았는데 과를 정하지 않고 입학해 6개월 만에 원하는 전공을 고르는 학생을 40명 선발할 수 있도록 했다. 50명이었던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15명 늘리고 전기정보 5명, 자연대 통계 5명 등을 각각 증원한다. 서울대 공대에서 의대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이 연간 50명 가까이 된다. 그 정원을 활용해 첨단 학과 정원을 늘리려 한다. 하지만 키워놓아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은 구글·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로 주로 가고 사실 삼성전자에는 별 관심이 없다. 시스템 반도체, AI, 소프트웨어 인력 등이 모두 실리콘밸리로 간다. 두뇌 유출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동안 의대와 공대가 따로 놀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무조건 융합 연구를 해야 한다.

-해동첨단공학원은 서울대의 융합 연구나 AI밸리 조성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할 텐데.

△고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이 500억 원을 기부해 건설 중인 해동첨단과학원은 기초 연구부터 스타트업 등 기술 기업, 구글·페이스북 등 외국 기업까지 어우러지게 해야 한다. 학과(부)와 단과대를 초월하는 서울대 최초의 융합 연구 공간이 될 것이다. 다만 아직도 구태의연한 국가건축법이 적용돼 건립 비용과 기간 단축이 쉽지 않다. 해동첨단공학원 외에 43동의 대형 강의동 신축과 31·32동 재건축을 통해 공대 시설과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있다. 서울대 차원에서 AI밸리를 추진하고 있는데 연구 공원 일부를 AI밸리로 만들어 낙성대까지 확장하려 한다.

-박희재 교수가 AI밸리 단장을 맡고 있는데 규제 등 애로점이 많을 것 같다.

△공대가 AI밸리를 주도하는 것은 학교 내 기초 연구, 플랫폼을 산업화하자는 것이다. 서울시가 녹지를 풀어주는 등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의 협조가 절실하다. 구글 같은 해외 유수 AI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서울시는 KAIST AI 대학원 양재동 유치 등 양재동에 좀 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AI를 하려면 인프라가 잘 갖춰져야 하는데.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사용료를 할인받고 있는데 국내 클라우드 산업 횔성화 등을 위해 KT, 네이버, 카카오, 삼성SDS와 접촉하고 있다.





-대학의 기술 이전과 창업이 중요한데 미국 스탠퍼드대와 비교한다면.

△스탠퍼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교원뿐 아니라 학생들의 창업 의욕 고취에도 나서고 있지만 아직 신사업을 수행하기에는 장애 요인이 많다. 서울대는 조직이 거대해 단과대의 자율성이 떨어진다. 서울대도 최근 권성훈·이정훈 교수 등의 여러 창업 성공 사례가 나오는데 다양한 멘토, 벤처캐피털·액셀러레이터가 필요하다. 실리콘밸리처럼 기술 기업들이 캠퍼스 안팎에 오게 해야 한다.

-대학이 확 변해야 생존이 가능한 것 아닌가.

△요즘 대학들은 미네르바스쿨·에콜42·올린공대처럼 혁신적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는 직업학교처럼 기술만 가르치는데 리더십과 기업가 정신도 가르쳐야 한다.

-서울대 교수의 기업 근무 등 겸직 금지를 푸는 데 대해 대학 안팎의 관심이 큰데.

△서울대가 처음으로 첨단 분야에서 교수가 기업 근무를 겸할 수 있도록 3월부터 규제를 풀기로 했다. 구글리서치의 이준석 박사를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교수로 임용하는 게 한 예다. 그동안 교수가 기업 사외이사를 하면 8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했지만 겸직 허용으로 20시간까지 할 수 있게 됐다. 8시간이 넘는 근무 시간은 대학 월급에서 제하되 교수는 기업에서 더 받게 된다. 이는 AI와 로봇 분야 등에서 좋은 인력을 뽑을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우선 교원의 2% 내에서 해보자는 입장이다. 물론 위화감 조성이나 악용 우려도 있지만 확대해가야 한다.

-서울대는 AI대학원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데.

△AI대학원 운영을 위한 정부 지원을 받으려 재도전하고 있다. 본부 차원의 AI위원회에서 관장하는 사안 가운데 하나이다. AI연구원을 둬서 AI 핵심·응용기술 개발을 위한 융합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대가 조성 중인 시흥캠퍼스에서도 융합 연구를 하게 될 텐데.

△시흥캠퍼스는 관악캠퍼스에서 구현하지 못한 융합 교육과 연구를 시험하게 하고 미래를 위한 테스트 베드(시험공간)로 사용해야 한다. 병원을 만들고 융합적 성격의 대학원도 새로 운영해야 한다. 학부는 관악캠퍼스에서 하면 된다. 자율주행차 트랙 조성이나 항공·드론 쪽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한다. 의대는 별도로 뽑아야 한다. 시흥시가 부지 20만 평과 5,000억 원을 제공했는데 공대가 많이 채워주고 글로벌 기업도 들어오기를 바란다. 현재 1단계 공사를 했고 3년 뒤에 건물이 들어서는데 10년 후면 크게 발전할 것이다.

-서울대 평창캠퍼스는 많은 건물이 들어섰지만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데.

△강원도와 평창군에서 지원해줬지만 수익 사업 없이 연간 몇백억 원씩 대학 돈이 들어가고 있다. 네덜란드 바헤닝헨대처럼 식품 밸리를 만들려면 농대뿐 아니라 공대의 고분자화합물·생명공학 분야가 참여하고 주민과 글로벌 기업의 참여를 적극 끌어내야 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다.



-대학에서 절박감을 가져야 하고 정부도 중국처럼 거점 대학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려야 할 텐데.

△교수가 되기 전 LG화학·IBM에 근무한 적이 있는데 기업은 절박감이 크다. 대학도 스탠퍼드처럼 과감히 스타트업을 키워야 한다. 중국의 거점 대학 지원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서울대, 도쿄대, 칭화대, 싱가포르국립대, 홍콩과기대, 대만과기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가 모임을 갖는데 거기에 한 번 갔다 오면 기가 꺾일 정도다. 공동 학위, 복수 학위, 강의 콘텐츠 개발·교환을 위해 모이고 상호 자극을 받는데 중국은 스케일이 다르다. 화학공학과를 보면 서울대 교수가 33명인데 칭화대 교수는 133명이다. 서울대 공대 전체 교수가 330명인데 칭화대는 전자공학과만 수백 명이다. 홍콩과기대는 중국 선전에도 캠퍼스를 두고 있는데 중국이 거점 대학처럼 키우고 있다. 우리는 전투 의식도 낮고 정부 지원 한계도 있고 여러 측면에서 어렵다.

-대학이 정부와 기업의 R&D 과제를 많이 수행하는데 개선해야 할 점을 지적한다면.

△기업 과제에 비해 정부 과제는 기초 연구를 수행해 개인 역량을 키우는 데는 매우 도움이 된다. 아직도 ‘3책 5공(동시 연구 수행을 5개 내로 하되 책임은 3개까지 가능)’ 등으로 제약이 많다.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원, 기업에 지원하는 정부 R&D 규모가 올해 27조 원을 넘는다. 심사에서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전기정보·컴퓨터 분야 교수들은 기업 과제도 많이 수행한다. 튼튼한 기초를 바탕으로 한 학문적 업적과 기술 사업화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요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강조하는 것처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아직도 국내 기업들은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 전략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우수 인력 채용에 대한 의지와 투자가 미약하다. 대기업들도 스타트업을 키워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대만 TSMC가 시스템반도체의 매출이 절반인데 삼성전자보다 훨씬 큰 부가가치를 올린다. 기업문화를 바꿔야 한다. 시스템 반도체 등 대학과 기업의 연합 전공을 많이 만드는 등 산학 간 경계를 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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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각각 화학공학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IBM 알마덴연구센터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친 뒤 LG화학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했고 서울대 공대 교수로 부임한 뒤 30년 동안 전자와 에너지 관련 첨단 소재 연구로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상임부회장과 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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