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피해 소상공인들의 보상 요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일부 업종에서는 누적된 매출 피해를 감당할 수 없다며 정부의 방역 조치를 거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일 700만 소상공인들의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는 국회 앞에서 여행업, 코인노래방, 카페 등 코로나 19 피해 업종 대표 단체들과 기자회견을 열고"영업정지와 제한 업종뿐만 아니라 코로나 19로 영업 손실을 입은 전 업종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 보상 요구 범위를 더 넓힌 것이다.
정부가 난색을 보이고 있는 소급 적용에 대해서도 "영업 손실 보상법은 소급 적용 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수조원이 투입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정부의 영업 정지와 제한으로 손실을 봤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가재정을 신경써야 하는 정부로서는 소상공인 요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다 들어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는 이미 3차례에 걸쳐 30조원 넘는 재난지원금으로 피해 지원이 이뤄진 데다 입법을 하면서 소급 적용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선을 긋고 있다.
영업 손실 보상의 기준을 놓고도 간극이 크다. 소상공인은 매출 손실분으로 영업 손실 보상의 기준을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정부는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난감한 상황이다. 급기야 정세균 국무총리는 "(손실보상 범위는) 정부의 제재가 아니고 경기가 나빠서 이동이 줄어서 영업이 잘 안된 부분은 (손실 보상의) 해당 사항이 없다"고 에둘러 반대 뜻을 밝혔다. 하지만 소상공인은 코로나 19로 인한 영업 손실을 무 자르듯이 구분할 수 있느냐고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소상공인들은 영업 손실 보상법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 대통령이 긴급재정명령을 발동해서라도 신속히 보상을 해 달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표가 아쉬운 정치권이 가세해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소상공인들의 요구를 전면 수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읽히면서 또다른 ‘포퓰리즘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야당도 갈라섰다. 야당 한 쪽에서는 “100조원 규모의 대통령 긴급재정명령을 동원해서라도 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꺼내든 여당의 포퓰리즘 카드는 노골적으로 관권·금권 선거를 하겠다는 선언”이라는 상반된 시각이 나온다. 국가의 미래냐, 눈앞의 보궐선거 승리냐가 우선이냐를 두고 정반대 입장이 흘러 나오는 것이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손실보상제는 방역에 협조했을 때 보상이 이뤄진다는 중요한 사회적 메시지도 담고 있다"며 “연말, 설, 졸업, 입학 등 매년 12월부터 2월까지인 성수기를 놓치면 소상공인의 후유증이 큰 만큼 신속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소상공인 피해 지원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보상의 규모와 지원 방식을 확정하기 위한 공론화 기구 설치가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합리적인 기준에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모럴해저드를 거를 수 있고 후유증도 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 코로나 피해 손실 보상을 놓고 정부와 소상공인, 정치권 등이 가세하면서 점점 더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양종곤·이재명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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