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석환 관세청장
지난달 행정안전부가 ‘2020년 공공데이터 활용 기업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공데이터 활용 기업들의 83%가 고용 창출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고 응답했을 뿐만 아니라 32%가 매출 증대, 40%가 비용 절감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거뒀다고 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공데이터가 기업 경영 실적에도 기여하고 있음이 재차 확인된 것이다.
관세청도 개별 기업의 영업 비밀과 과세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범위 안에서 관세·무역 데이터를 개방해 국민과 기업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관세청이 보유한 대표적인 공공데이터는 무역통계다. 한국 무역통계는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GLI(Global Leading Indicator)에 포함될 정도로 세계 경제 전망에 중요한 지표다. 관세청은 43종의 무역통계를 공공데이터로 제공하고 있으며 기업과 연구 기관들의 수요에 맞춰 보다 세분화된 무역통계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세청 공공데이터 중 최고의 인기 상품은 ‘화물통관 진행정보’다. 수출입 물품의 위치와 통관 진행 상황을 오픈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방식으로 실시간 제공하는 데이터인데 지난 2019년 120억 건, 지난해 168억 건이 호출됐다. 대부분 물류 업체들이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앱을 통해 고객들에게 물품 위치정보를 실시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오픈 API 방식의 공공데이터가 민간 영역에서 또 다른 부가 서비스를 창출한 사례를 볼 때 ‘무엇을 개방하는가’ 못지않게 ‘어떻게 개방하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관세청은 지난해 현장 의견을 꼼꼼히 듣고 오픈 API 종류를 30종에서 40종으로 늘렸다. 그 결과 전체 오픈 API 호출 건수는 2019년 129억 건에서 지난해 186억 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해외 직구에 사용되는 ‘개인통관고유부호’ 호출 건수는 서비스 개시 1년 만에 7,000만여 건에 달했다. 관세청 공공데이터가 물류 기업의 부가 서비스를 통해 개인의 실생활 속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국민과 기업들이 원하는 공공데이터를 지속 발굴해 원하는 방식으로 개방하려고 한다.
관세청은 공공데이터를 신기술과 접목해 활용하기 위한 노력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학계, 연구 기관, 스타트업 등이 관세·무역 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AI) 모델을 연구·개발할 수 있도록 법령 등을 정비하고 정보기술(IT) 인프라도 조성하고 있다. 올해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민간에 개방할 계획이다. 나아가 AI 경진 대회 등을 통해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AI 교육기관과의 협업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관세청 공공데이터가 디지털 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우수한 AI 인재를 육성하는 학습 데이터로도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