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대표주자로 꼽혔던 아모레퍼시픽(090430)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무려 6년 전으로 회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 가까이 폭락했다. 지난해부터 뒤늦게 오프라인에서 디지털 채널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아모레퍼시픽이 K-뷰티 왕좌를 되찾을 수 있을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1.5% 감소한 4조9,301억 원을,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9.8% 줄어든 1,507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일 공시했다. 4조 원대 매출은 지난 2014년 이후로 처음이다. 특히 코로나19 직격타가 1년 내내 계속돼 지난해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6% 줄어든 매출 1조2,614억 원에 영업손실 145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을 했다.
이 같은 아쉬운 성적표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외 오프라인 채널의 매출 감소 영향이 컸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전년 대비 21% 감소한 4조4,322억 원, 영업이익은 67% 줄어든 1,430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점 등 국내 오프라인 채널 매출이 급감했고, 중국·북미·유럽 등 해외 사업 부문에서도 매출이 16%, 영업이익이 83% 줄었다.
대신 온라인 채널에서의 매출은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한해 네이버, 무신사, 11번가에 이어 심지어 마켓컬리에도 입점하며 뒤늦게나마 디지털 채널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아모레퍼시픽 온라인 매출은 50% 성장했고, 6.18 쇼핑 축제, 티몰 슈퍼 브랜드 데이, 광군절 등 중국 대형 온라인 쇼핑 행사에서 높은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이밖에 이니스프리의 오프라인 매장이 축소되면서 매출이 37%, 영업이익이 89% 감소했다. 에뛰드, 에스쁘아 등도 적자를 기록했고, 에스트라, 아모스프로페셔널 등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올해 △강한 브랜드 육성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개선 등을 통해 올해 매출을 5조6,000억 원으로 회복하고, 영업이익도 3,800억 원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과 유통의 변화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며 “철저한 고객 중심의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의 변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올해 e커머스(전자상거래) 분야에서의 매출을 30%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뷰티 인플루언서 콘텐츠와 커머스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1월 뷰티 MCN 기업 ‘디밀’에 30억 원을 투자했다. 또 국내외 메이저 플랫폼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라이브커머스 등 다양한 마케팅 역량을 키울 방침이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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