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가정간편식(HMR) ‘비비고’의 대박 행진에 이어 이번에는 아미노산 ‘슈퍼사이클’(원자재 등 상품시장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축산 산업이 호황으로 돌아서면서 사료 수요가 증가하면서 아미노산의 수요 역시 덩달아 뛰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 사료의 원재료로 옥수수, 대두박 등 곡물이 주로 쓰이는데 최근 글로벌 곡물 가격 상승으로 아미노산이 대체 재료로 쓰이고 있다.
3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 급증한 3,249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미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412억 원으로 2019년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매출 역시 지난해 3분기까지 2조1,919억 원을 기록, 지난해 연간 누적 매출은 3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역시 2018년(7.1%), 2019년(8.4%) 보다 상승한 11%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은 독일 에보닉, 일본 아지노모토, 중국 메이화성우와 함께 아미노산 생산 글로벌 상위 톱 플레이어다. CJ제일제당이 생산하는 주요 아미노산 종류인 트립토판, 발린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각각 60%, 75%로 글로벌 1위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의 실적 고공행진은 아미노산 슈퍼사이클과 맞물려있다. 중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으로 급감한 돼지사육두수가 점차 회복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사료 수요가 늘어났다. 중국 농림부는 ASF로 2019년 3분기 3억6,750두까지 급감한 돼지사육두수가 올해 말까지 6억 두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 글로벌 사료 수요가 많게는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료 수요는 늘어났지만 사료의 주요 원료가 되는 중국산 옥수수, 대두박 등 곡물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11%, 14% 상승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저가 곡물 사료를 공급하던 중국 업체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곡물 사료 가격 상승으로 아미노산 사료가 곡물 축산 사료의 대체재로 각광 받으면서 사료용 아미노산을 생산하는 CJ제일제당에는 반사이익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료 업계 관계자는 “옥수수 등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중국 주요 사료 제조업체의 원가 부담 가중되자 국내산 아미노산으로 원재료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사료 시장에서 ‘저단백’ 트렌드도 CJ제일제당 아미노산에 호재가 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사료 성분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사료 시장에서 아미노산이 더 건강한 사료 재료라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사료용 아미노산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의 올해 영업이익이 최대 4,38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보유한 옥수수 재고 소진과 대두박 공급 감소가 겹치면서 CJ제일제당 아미노산에 대한 글로벌 시장 러브콜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의 올해 영업이익은 4,000억 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보리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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