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 변동성 속에서도 실적이 크게 개선된 종목들은 그렇지 않은 종목보다 양호한 주가 움직임을 나타냈다. 특히 기업들이 충당금을 쌓는 등의 이유로 어닝 쇼크가 많은 4분기 특성상 깜짝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크게 뛰었다.
4일 서울경제가 지난 2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증권사의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77개 종목의 실적 발표 후 현재까지 주가 흐름을 조사한 결과, 전망치보다 10% 이상 이익이 증가한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 22곳의 주가 상승률은 평균 5.8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실적을 발표한 오스템임플란트(048260)의 경우 실적 발표일부터 현재까지 14.14% 올랐고 LG디스플레이(034220)는 25.88%, 효성첨단소재(298050)와 효성티앤씨(298020)는 각각 25.91%와 42.31% 상승했다.
흑자를 기록했지만 전망치보다 10% 미만의 이익 증가를 나타낸 기업은 실적 발표일 이후 평균 2.59%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상사(001120)는 7.6% 올랐으며 현대모비스(012330)(8.98%)·디오(039840)(8.8%)·대한유화(006650)(12.25%)·LG이노텍(011070)(6.0%) 등의 상승률이 눈에 띄었다.
반면 컨센서스보다 이익이 줄어든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전망치보다 실제 영업이익이 10% 미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기업들의 경우 실적 발표 후 현재까지 1.59% 주가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전망보다 10% 넘게 줄어든 어닝 쇼크 기업들은 소폭(1.63%)이지만 주가가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주가가 오르지는 않았다.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 22곳 중 7곳의 주가가 실적 발표 후 오히려 하락했으며 10% 미만으로 증가한 기업 14곳 중에서는 5곳이 약세를 보였다. 다만 전망치보다 실적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70% 가까운 기업들이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반적인 이익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어 다시 이익의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개인 매수의 타깃 역시 실적주”라고 분석했다.
다만 어닝 서프라이즈라도 주가가 내려가거나 반대로 어닝 쇼크를 맞았더라도 주가가 상승한 경우는 대체로 앞으로의 기대감이 주가에 더 강하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2,43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컨센서스(-1,432억 원)에 크게 미치지 못했지만 실적 발표 직후 헝가리 공장 증설, 자회사 상장 등의 이슈에 힘입어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울러 실적 발표 이전부터 자동차·화학 등의 일부 업종과 종목들은 단기 급등한 경우가 있어 오히려 4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차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도 약세를 불러온 이유로 꼽힌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최근 주가가 크게 상승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을 골라내는 것도 좋은 투자 전략으로 꼽는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정보기술(IT)·화학 등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현재 주가가 먼 미래의 이익까지 끌어온 상태라 4분기 실적 서프라이즈가 감동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의 관심에서 소외된 업종들의 실적 서프라이즈가 좀 더 의미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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