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활시킨 공공분양 추첨제가 세대수를 가파르게 증가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0대 ‘패닉 바잉’ 매수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한 ‘청약 추첨제 부활’이 되레 유주택 세대의 2030 자녀들을 독립하게 만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예측에서 벗어난 세대수 증가’를 그간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 주장한 바 있다.
국토부는 지난 4일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공분양 일반공급 물량의 30%를 추첨제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간 가점이 낮아 청약 당첨 가능성이 낮았던 30대들이 기축 아파트를 매수, ‘패닉 바잉’ 양상이 지속되면서 집값이 급등하자 이들을 달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다만 공급 조건은 3년 이상 무주택 자격을 유지한 무주택 세대원으로 한정됐다.
무분별한 청약 광풍을 막아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목적이었겠지만 이 조건으로 인해 세대 수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주택 세대의 성년 자녀가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 ‘독립’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부모가 유주택자인 경우 같이 사는 자녀는 ‘유주택세대원’으로 이번 대책으로 나올 추첨제 물량에 청약할 자격이 없다. 대신 이들이 ‘세대 분리’를 하면 ‘무주택세대주’가 돼 3년간 무주택 자격을 유지할 시 청약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즉 공공분양 청약을 노리고 ‘독립’하는 2030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번 대책에 따른 공공분양 물량이 공급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미리 세대 분리를 해두면 공급 시기에는 청약 자격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부모와 떨어져 산다고만 해서 모두 청약 자격을 얻는 것은 아니다. 세대주가 되려면 결혼을 하거나 만 30세 이상이어야 한다. 즉 혼자 사는 20대는 부모와 떨어져 거주한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세대주가 될 수 없다. 다만 이들이 최저생계비(월 70만원 가량)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독립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간주, 세대 분리가 가능하다.
세대 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임대차 수요가 증가, 전·월세 가격이 늘어나게 된다. 이에 안 그래도 혼란한 모습을 보이는 전·월세 시장이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이번 공급 대책의 배경에는 ‘세대 수 증가’가 있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은 “지난해 무려 61만세대가 늘어났는데, 전년에 비해 18만세대 더 늘어난 것”이라며 “2019년에는 전년에 비해 불과 2만세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인구가 줄고 저출산 상태가 계속됐음에도 세대수가 늘어나는 연유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주택수요가 예측할 수 없었던 정도로 늘어났기 때문에 정부는 그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긴급한 공급대책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간 집값 폭등은 예측할 수 없었던 수준의 ‘세대수 증가’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이번 추첨제 물량 부활로 청약에 관심을 가지는 2030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며 “이들로 인해 전·월세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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