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산 관리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은행 펀드 투자의 차세대 주력 서비스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수익률은 최고 27.6%로 나타났다. 초기 은행권 로보어드바이저는 빅데이터·알고리즘 등을 기반으로 순수 로봇이 최적화된 자산 모델을 꾸려주는 형태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사람 전문가만이 지닌 식견과 경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서비스도 등장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초저금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발(發) 대격변 속에서 고수익에 목마르지만 직접투자는 꺼리는 개인 투자자에게 건전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서울경제가 지난 1년간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포트폴리오에 투자해본 결과 4개 포트폴리오의 평균 수익률은 연 19%로 집계됐다. ‘공격 투자’ 성향에 맞춰 각 은행 로보어드바이저가 추천해준 최적의 포트폴리오에 분기마다 10만 원 씩 총 40만 원을 투자한 결과다. 투자 기간은 지난해 1월 2일부터 올해 1월 4일까지다. 선취 수수료가 적용된 한 곳의 포트폴리오는 선취 보수를 제외하고 산정된 수익률을 기준으로 했으며 나머지 세 곳은 성과 연동형의 후취 수수료가 적용됐다. 현재 국민은행은 ‘케이봇쌤’, 신한은행은 ‘쏠리치’, 우리은행은 ‘우리로보알파’, 하나은행은 ‘하이로보’라는 이름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것은 신한은행 ‘쏠리치’의 하이브리드형 포트폴리오로 연 27.5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B은행이 22.89%, C은행 17.62%, D은행 8.09% 순이었다.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4~5개 펀드에 분산투자하는 형태로 구성됐고 이들 펀드에는 국내 주식·채권, 해외 선진·이머징 국가의 주식·채권 등이 골고루 편입됐다. 모든 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추천한 뒤 그 이유를 제시했고 최대 3개월 단위로, 또는 주요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리밸런싱을 제안했다.
수익률은 지난해 주요20개국(G20) 증시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한 코스피지수 상승률(28.3%)에는 못 미쳤지만 위험 분산을 원하고 직접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데 부담을 느끼는 개인의 간접투자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신한·우리·하나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잔액은 총 5,84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9% 급증했다. 전년(15%)보다 세 배 넘게 증가율이 뛰었다.
국민은행의 케이봇쌤에도 지난해에만 전년의 네 배가 넘는 2,875억 원이 새로 가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시장만 해도 주식 종목이 2,000개가 넘는데 개인이 이를 모두 분석하고 이해하며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포트폴리오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사람 전문가의 의견으로 AI 추천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하이브리드형 서비스가 수익률 호조의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대부분 은행들은 AI 로보어드바이저와 별도로 전문가 자문단이 추천해주는 포트폴리오를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함께 운영하고 있지만 두 가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것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이 은행 관계자는 “AI는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에 전례 없는 이벤트가 발생하면 예측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본점 전문가들이 다양한 데이터와 수치화하기 어려운 시장 컨센서스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천 포트폴리오에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화에 따라 생애 주기 전 영역에서 맞춤형 자산 관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보수가 낮고 일대일 맞춤성이 뛰어난 로보어드바이저의 활용도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