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제조) 1위인 대만 TSMC가 공격적으로 특허를 출원하고 있지만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반도체, 정보기술(IT) 업체들이 특허 확보에 무서울 정도로 전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사법 리스크’ 대응을 하느라 힘을 빼다 보니 미래 경쟁력을 갖출 ‘무기’를 준비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최근 미국 특허 분석 업체인 ‘IFI 클레임스 특허 서비스’의 ‘2020년 특허 등록 톱 50’을 분석한 결과 TSMC의 지난해 특허등록 건수는 2,833건으로 전년(2,311건) 대비 22% 증가했다. TSMC는 ‘톱 10’ 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특허등록 순위를 12위에서 6위로 단숨에 끌어올렸다.
반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놓고 맹렬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6,415건으로 전년의 6,469건보다 1% 줄었다. 등록 건수만 놓고 보면 지난해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고 TSMC보다 2배 이상 많지만 특허 볼륨 증가 속도가 정체돼 있다는 게 문제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역성장을 한 것은 지난 2013년(7.8% 감소) 이후 7년 만이다.
특허 업계 관계자는 “특정 산업에서 특허 출원이 빠르게 증가하면 앞으로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라며 “이런 추세가 장기화되면 삼성전자가 TSMC에 의해 완전히 밀려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TSMC는 오는 2024년 미국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앞두고 미국 내 특허 공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특허등록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먼저 진출해 있는 삼성전자의 특허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준비를 착착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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