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꾸준히 관찰돼왔던 외국인 투자가들의 거센 매도세가 2월 들어 잦아드는 모습이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코스피 선물·현물 가릴 것 없이 대규모 매도를 진행하며 코스피지수 하락을 촉진해왔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코스피 급등과 원화 약세 현상에 의해 외국인 이탈이 진행됐다고 보고 있으며 미국의 추가 부양책 타결에 따른 환율의 변화가 외국인 수급의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1,099억 원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12월 3조 8,128억 원, 올해 1월에만 4조 6,867억 원을 순매도했던 경향에 비해 매도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는 평가다. 코스피200지수 선물 시장에서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올해 1월 코스피200지수가 7% 이상 상승세를 이어가는 동안에도 코스피200 선물(미니선물 포함)을 4조 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통상 선물 시장에서 순매도가 증가하는 것은 증시의 약세 신호로 읽힌다. 외국인·기관 투자가의 경우 코스피 현물 주식의 가격 하락에 대한 위험을 회피(헤지)하기 위해 선물을 매도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미니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는 순매수로 돌아서는 등 분위기가 달라진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 들어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도세가 거셌던 이유로 ‘원화 약세’를 우선 꼽는다. 지난해 11월 달러 약세·원화 강세의 분위기 속에서 시세 상승과 환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코스피를 두드렸던 외국인들이 최근의 원화 약세 분위기 속에서 다른 투자처를 모색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올해 초인 1월 4일 1,082원15전으로 바닥을 찍은 후 줄곧 반등해 이날 1,119원 60전으로 약 3.5% 상승했다. 반면 유로·파운드·엔 등 주요국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5일 89.40에서 이날 91.03으로 1.8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즉 원화 가치의 하락이 달러 가치의 상승보다 가파르게 진행돼 국내 증시의 매력도가 축소됐다는 것이다.
올 들어 개인 투자가들의 코스피 대형주 쏠림 현상으로 지수가 급등하자 차익 실현 움직임이 커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과 코스피의 달러 표시 3개월 수익률은 각각 33.1%, 31.0%로 대만 자취엔지수(22.1%), 중국 CSI300(13.7%) 등과 비교해도 크게 높았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 유출은 신흥국 중에서도 한국과 대만에서 관찰되는데 결국 수익률이 높은 국가 사이에서 차익을 실현하는 성격일 가능성이 크다”며 “수익률 키 맞추기 장세 이후 국내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순유입 전환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최근 미국 증시에서 게임스톱 사태 등으로 변동성이 커졌던 것도 자금 이탈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국인의 신흥국 주식시장향 자금 유입이 이뤄지는 전제 조건은 미국 증시의 안정”이라며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한국 주식시장의 현·선물 자금 이탈 규모는 지금보다 커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달러 강세 압력이 5월쯤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외국인 수급이 지지부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번 주 예정된 1조 9,000억 달러 미국의 추가 부양책 통과를 기점으로 달러 약세가 재개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추가 부양책이 상원을 통과할 경우 달러 유동성이 늘고 미국 중심의 위험 자산 선호(리스크온) 흐름이 나타나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소비 정상화와 비교해 유럽·일본 등 주요 상대국들의 경기 둔화 우려가 예상보다 커 달러 약세의 재개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도 “조 바이든의 경기 부양책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되는 2월 중순께를 전후로 달러 약세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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