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대형 호텔·리조트 개발 사업에 투자했던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투자금 전액을 날리게 됐다. 지난해 시행사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이후 상환 유예로 버텨왔지만 투자를 주관한 국내 증권사들이 미루는 사이 담보가 남의 손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들은 국내 대형 증권사의 사후 처리를 문제 삼으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미국 ‘더 드루 라스베이거스(The Drew Las Vegas)’ 리조트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미래에셋대우(006800)와 NH투자증권(005940)·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를 비롯해 공제회 및 대기업 재단, 방송사 등 국내 투자가들은 약 3,000억 원의 투자금 전액을 잃었다.
JP모건 등 현지 선순위 투자가는 지난해 11월 초 국내 투자가들에 3조 원에서 1조 원으로 가치가 떨어진 호텔 개발 사업을 3억 5,000만 달러(약 4,000억 원)에 인수할지를 문의했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와 NH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복잡한 투자 구조와 해외 호텔 투자 위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추가 투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결국 호텔은 제3자가 사갔고 중·후순위에 투자한 국내 투자가들은 원리금을 건지지 못하게 됐다.
‘더 드루’ 프로젝트는 총 3조 원에 이르는 개발 사업으로 국내 금융기관이 미국 대형 리조트 개발의 주관사로 참여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개발이 좌초되며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의 손을 거쳐 현재 위트코프(Witkoff) 그룹에 넘어왔다. 하지만 대규모 설계 변경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며 지난해 5월부터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이에 대해 주관한 국내 증권사와 기관투자자 등 국내 투자업계 전체가 한 번 개발이 중단된 대규모 개발사업에 섣불리 투자했다가 빠져 나오지 못했다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중간에 추가 투자해 원금 손실을 줄일 장치가 있었지만, 이를 소화할 만한 역량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표 주관한 미래에셋은 담보 자산을 투자자에 넘길 수 있는 조항 자체를 공동 주관사와 투자자에 알리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윤희 강도원 기자 choy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