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시작됐지만 주요 그룹을 책임지는 총수들은 휴식을 취하기보다는 산적해 있는 현안을 점검하고 사업을 구상하며 분주하게 시간을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는 새해를 맞아 사업 현장을 둘러보거나 해외 일정을 소화하는 총수들도 있었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발이 묶인 데다 각 기업별로 신제품 출시, 소송 판결, 사업 개편 등 굵직한 현안을 앞두고 있어 내부 경영에 더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설 연휴 동안 가장 바쁘게 움직일 총수 중 한 명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자택에서 명절을 보내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신차 출시 계획에 매진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오는 23일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E-GMP를 토대로 한 아이오닉5를 처음으로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도 올 한 해 잇따라 전용 플랫폼을 통한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인 만큼 정 회장은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 수립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 회장은 수익성 향상을 위한 내연기관 차량 판매 회복 방안도 점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설 연휴 기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며 글로벌 경영 행보를 보였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는 국내에서 계열사별 현안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올해를 파이낸셜 스토리의 원년으로 삼은 만큼 주요 사업 부문별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데 시간을 많이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력을 높이는 방안은 물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배터리 판결에 따른 파장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10일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용 배터리에 대해 10년 간 미국에서의 생산과 수입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특히 4대 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을 앞둔 최 회장으로선 이번 설 연휴의 의미가 남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이 최 회장을 박용만 회장의 후임으로 단독 추대함에 따라 최 회장은 사실상 대한상의 회장직을 이어 받게 됐다. 최 회장은 연휴 동안 대한상의가 맞닥뜨린 각종 현안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 비밀 침해 소송으로 최 회장뿐만 아니라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분주한 연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년간 이어진 전기차 배터리 영업 비밀 침해 소송은 사실상 LG의 승리로 결론이 난 가운데 최종 결정이 연휴 첫날 오전에 나온 만큼 구 회장은 이에 따른 향후 전략을 세우며 남은 연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과거 명절 때마다 중국·사우디아라비아·브라질·인도 등 사업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구속 수감돼 당분간은 이 같은 현장 경영이 어렵게 됐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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