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의 하락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019년 7월부터 촉발된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이 계기가 됐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초까지 하락세가 이어지자 일본 브랜드의 근본적인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 렉서스, 혼다 등 국내에서 판매되는 일본 브랜드의 판매량은 1,035대로 지난해 1월 1,320대보다 21.6% 감소했다. 작년 내내 이어졌던 일본 브랜드의 고전이 올해도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브랜드의 판매량은 2만564대로 2019년 3만6,661대보다 43.9% 급감했다. 수입차 시장 내 점유율 또한 2019년 15.0%에서 작년 7.5%로 반토막 났다. 2019년 7월부터 불매운동이 촉발되긴 했지만 폭발력이 있던 불매운동 직후보다 지난해 사업이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불매운동이 벌어진 지 1년 반 이상이 지났지만 일본 브랜드의 고전이 지속되면서 경쟁력 자체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일본차와 경쟁 관계에 있는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브랜드의 품질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현대차는 국내에서 78만7,854대를 팔며 오히려 전년보다 6.2% 판매량이 증가했다. 기아 또한 55만2,400대로 역대 내수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며 6.2%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세가 수입차 프리미엄이 크지 않은 도요타와 혼다의 수요를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렉서스의 대항마인 제네시스 또한 내수 시장에서 날개 돋힌 듯 판매되고 있다. GV70이 출시되기 전이지만 지난해 10만8,384대가 팔리며 5만6,801대였던 2019년 판매량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가 확연히 떨어지던 과거엔 일본차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부각됐지만, 지금은 적어도 내수 시장에선 일본 브랜드가 확실히 낫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친환경차 바람이 불면서 일본차가 강점을 갖고 있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다른 브랜드들도 갖추기 시작한 것 또한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순수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을 선언한 볼보는 전 모델의 파워트레인을 하이브리드로 바꿨다.
지난달 수입차 하이브리드 판매 순위를 봐도 유럽차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1~3위(E 350 4MATIC, E 300 e 4MATIC, CLS 450 4MATIC)와 6·8위를 차지했고, 볼보가 4위와 9·10위, BMW가 7위였다. 일본 브랜드는 렉서스의 ES300h가 유일하게 5위에 올랐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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