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과 미세먼지가 고질병인 시대에 대학에 3년 내 ‘축광체 광촉매 연구센터’를 세워 해결의 단초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김정식(61·사진) 서울시립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10일 서울 동대문구 대학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처럼 감염병은 계속 출현할 것이고 미세먼지도 상당기간 우리의 골치를 썩일텐데 광촉매 중 축광체라는 새로운 기법으로 이를 퇴치하는데 기여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양대 재료공학과를 나와 미국 퍼듀대 재료공학 석·박사 학위 취득 후 박사후연구원(포닥)까지 한 뒤 서울시립대에 부임해 축광체 광촉매 소재와 공기청정기 개발 등과 관련해 정부와 기업의 여러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광촉매 소재를 연구하다가 태양광뿐 아니라 자체 발광하는 형광물질에도 광활성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이에 광촉매와 장시간 발광하는 축광체를 합성해 세계최초로 개발한 뒤 국제 학술지들에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기존 광촉매 소재는 자외선(UV)광에서 활성화가 일어나는데 축광체 광촉매는 UV광은 물론 가시광선에서도 활발히 반응하고 심지어 암시야에서도 반응이 일어난다”며 “축광체에서 발광하는 것이 태양광보다는 약하게 광활성화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우수한 원천연구를 했지만 대학이 업적평가를 논문으로만 하는 폐단이 있고 정부 R&D 과제를 딸 때도 제일 중요한 게 논문이라 연구풍토가 논문 추종형이 될 수밖에 없었다”며 “특허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도 채 10년이 안 되는데 특허를 보고 찾아온 벤처기업(에이피씨테크)에 2018년 대학이 매출의 1.5%를 받는 조건으로 기술을 이전해 축광체 광촉매 공기청정기를 개발하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15년 러시아의 광촉매 기술을 가져왔으나 우여곡절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김 교수를 만나 상용화의 실마리를 풀 수 있었다. 김 교수가 개발한 특허를 활용하고 기술자문을 받으며 축광체 광촉매라는 신소재를 사용해 살균·살바이러스·유해물질 분해 능력이 2배 이상인 제품을 구현한 것이다.
그는 “대학의 기초연구가 기업의 응용·개발 과정을 거쳐 공기청정기와 차량 에어필터, 건물 공조시스템 등에 요긴하게 쓰이게 됐다”며 “이 벤처기업은 축광식 광촉매 특허를 보완해 해외로도 확대해 출원하며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는 5~10년 뒤 뭔가 될 것 같은 기술이라면 논문을 쓰는 대신 음지에서 연구하다가 확신을 가질 때 창업에 뛰어든다”며 “우리나라 대학도 지금은 바뀌고 있는 추세이나 기업에 기술이전도 많이 하고 가능하면 창업하는 교수나 대학원생도 늘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업과의 산학협력을 강조하는 그는 현재 모 국내 자동차사의 기술자문도 맡고 있다. 그는 “자동차 선행연구를 하는데 미래차 실내 공기질과 청정하고 쾌적한 공간,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실내 오염물질이나 일산화탄소 등 외부 매연가스 저감, 에어컨 곰팡이 냄새 정화를 위한 차량 공조시스템의 축광체 광촉매 소재 적용을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일부 대기오염이 심한 해외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의 옵션으로 이 기능을 탑재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축광체 광촉매 소재의 대량생산을 위한 후속 R&D를 하고 있다”며 “이미 비드 형태로 소재를 개발했는데 기존 공기청정기의 필터 프레임에 채워 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축광체 광촉매를 조합해 복합소재도 개발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값싸게 대량생산할 수 있다면 대기 및 수질 환경오염물질 처리시스템, 실내 공기청정기, 에어컨, 자동차 공기정화 장치, 살균·항균용 병원 시설물 및 의료 장치, 도심 건축·토목시설물의 실내외벽 등에 코팅되어 각종 유해물질이나 바이러스, 세균을 저감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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