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이를 해결할 행정명령을 추진하겠다고 나서 국내 반도체주들이 반색했다. 이에 더해 유럽까지 반도체 자립을 선언하면서 설비투자 증가에 따른 수혜가 장비 등 반도체 업종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국내 증시의 ‘반도체 투톱’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4.76%, 3.19% 오른 13만 2,000원과 8만 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파운드리 전문 업체 DB하이텍도 5.19% 오른 6만 4,900원을 기록했다. 이날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선익시스템(29.63%), SFA반도체(26.56%), 디아이(10.20%), 유니드(8.51%) 등이 급등했다.
국내 증시가 휴장한 지난 설 연휴 기간에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예고하자 미국 반도체주가 일제히 상승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마지막 3거래일 동안 5% 넘게 상승하며 3,200 선을 넘겼다.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자동차 산업 등의 위기로 번지면서 인텔 등 미국 반도체 업체들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지원해달라는 요구 서한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에 백악관이 행정명령 카드로 응답한 것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행정명령은 반도체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에 긍정적인 뉴스”라며 “최근에 한국 반도체 업종의 주가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은 공급(Q)의 증가가 제한된다는 점이었는데 이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유럽도 반도체 확보에 적극적이다. 전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대 500억 유로(약 67조 원)를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EU 국가에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으로 반도체 기업을 위한 각종 혜택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EU가 삼성전자의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의 중요성이 점차 강화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DB하이텍 등 파운드리 업계에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기업이 설비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 업체들도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SK머티리얼즈·한미반도체·파크시스템스 등을 수혜 업체로 꼽았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투자 증가 폭이 더 상향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반도체 장비주들에 대한 투자 심리 개선으로 이어졌다”며 “디지털 전환이 진행될수록 반도체 공급 체인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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