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잇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의 자산 손상 문제에 대한 감독 지침을 내놓으면서 회계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5일 회계 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 8일 전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김영식 회장 명의의 공지사항을 홈페이지와 e메일을 통해 전달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회계 추정이 2020년 결산 감사의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밝혔다. 이어 금융 당국이 지난달 11일에 발표한 감독 지침과 8일 후속 지침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서 “감사인들께서는 동 감독 지침과 후속 지침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시고 현장 감사에 적극 적용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자산 손상은 회사의 유형·무형 자산, 종속·관계기업 주식 등 자산의 가치 평가에서 매각 또는 사용으로 회수 가능한 금액이 장부 금액보다 적게 인식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자산의 회수 가능 금액이 장부 금액보다 적으면 그 차이만큼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해 당기손익에 반영하게 돼 있다.
회사는 자산의 회수 가능 금액을 높게 평가하려는 입장인 반면 외부 감사인은 보수적으로 평가하려고 해 갈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회사 자산 가치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줄지 불확실한 상황은 회사와 외부 감사인 간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융 당국이 지난달 11일 발표한 감독 지침의 주요 내용은 회사가 연말 결산에서 추정한 가정이 명백하게 비합리적이지 않고 해당 가정을 충분히 공시하면 향후 추정치가 변경되더라도 회계 오류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어 8일에는 외부 감사인이 회사의 추정을 비합리적이라고 보고 부인한다면 그 이유를 충분히 회사에 설명해야 한다는 후속 지침을 발표했다.
회계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자산 손상이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인데 금융 당국의 지침으로 난감한 상황이 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회계법인 임원은 “기존에는 자산 손상에 대한 추정의 책임을 회사가 지도록 했는데 금융 당국의 후속 지침은 사실상 명백히 비합리적인 추정이 아니라면 외부 감사인이 문제 삼지 말라는 것”이라며 “자산 손상은 미래에 대한 가정이기 때문에 회사, 외부 감사인 누구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백히 비합리적인 추정이 아닌 경우에도 회사와 외부 감사인 간 이견이 발생할 수 있고 금융 당국이 허용하더라도 다음 외부 감사인은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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