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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00년 후 후손에 필요한 연구 나서야…기업가정신 필요"

토로젠바움 美칼텍 총장, KAIST 50주년 기념 심포

메소 취리히공대·신성철 KAIST 총장 "기술사업화"

토마스 로젠바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총장이 16일 KAIST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신성철 KAIST 총장과 함께 대학의 역할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지금 대학은 100년, 1,000년 후 우리 후손들이 중요시할 연구를 해야 합니다.”

토마스 로젠바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총장은 1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 5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서 ‘미래 50년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이같이 밝혔다. 하버드대 물리학 학사, 프린스턴대 물리학 박사인 그는 벨연구소· IBM왓슨리서치센터를 거쳐 시카고대 연구부총장을 지낸 뒤 지난 2014년 칼텍에 부임했다.

그는 국제 공동 연구팀이 태양 질량의 140배가 넘는 거대한 블랙홀 등이 충돌해 합쳐질 때 일부 질량이 중력파로 변하는 과정을 포착한 것을 대학의 업적으로 언급했다. 중력파는 질량이 매우 큰 물체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시공간이 일그러지는 파동을 일컫는 것으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지난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예측했다. 2017년 ‘라이고(LIGO)·비르고(VIRGO) 협력단’ 소속 라이너 바이스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 배리 배리시 칼텍 교수, 킵 손 칼텍 명예교수가 중력파를 탐지한 공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바 있다.

토마스 로젠바움 미국 칼텍 총장


로젠바움 총장은 “수십 년간 대학들이 많은 연구와 논의를 이어오며 결국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제를 극복했다”며 “대학이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한 인간 정서 분석, 상업적 잠재력을 보이지만 아직 데이터가 부족한 인공지능(AI), 진화론, 양자컴퓨팅 분야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은 다양한 전망이나 가설을 세우고 의구심을 제기하며 성장을 추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 로젠바움 총장은 “우리는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과학인지, 그 과학을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끊임없이 묻고 고민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과학을 할 때) 나아지기 위해 방향을 바꾸는 데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며 “방향을 바꿔 광범위한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것에 드는 기회비용은 감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장기적 관점에서 기존 방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KAIST가 용기와 야망, 흔들리지 않는 학문적 가치에 대한 의지를 갖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엘 메소 취리히연방공대 총장




이날 조엘 메소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HT) 총장은 “대학은 창의적이고 비판적 사고를 가진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인재를 길러야 한다”며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하며 융합이 이뤄지고 있어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학은 기후변화와 감염병 같은 초국가적 도전과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처럼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조직이 변화를 따라가기 쉬운 것은 아니지만 환경에 적응하는 민첩성을 길러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메소 총장은 “대학은 기초과학이나 수학 등 탄탄한 근간을 제공해야 한다”며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연구를 예로 들기도 했다. 1944년 이지도어 아이작 라비가 핵자기 공명현상을 발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뒤 ETH 교수들이 MRI 기본 원리 연구로 1952년 노벨 물리학상, 고해상도 분광법 개발로 199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그는 “80년 전 연구가 시작된 MRI는 지속성이 있어 오늘날 의학에 필요한 기술이 됐다”고 설명했다.

신성철 KAIST 총장


신성철 KAIST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최고, 최초, 유일한 연구개발(R&D)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며 “대학이 교육·연구와 R&D 성과를 경제적 가치로 연결하기 위해 ‘기업가 정신 대학’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달 말로 4년의 임기를 마치는 그는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추격 전략’으로 발전했는데 이제는 선진국 진입을 위해 ‘선도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기술 패권주의 시대에 과학기술 기반 글로벌 전략이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대학이 교육·연구와 R&D 성과를 경제적 가치로 연결하는 기술 사업화를 중요한 사명으로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신 총장은 “‘10-10-10 Dream’ 전략, 즉 세계적 연구 업적을 달성하는 10명의 특이점 교수 배출, 10조 원 기업 가치를 창출하는 10개의 데카콘 육성, 케냐를 비롯한 세계 10개국에 KAIST 설립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AIST ‘글로벌전략연구소(GSI)’를 통해 국가 선도 전략과 글로벌 이슈에 대한 통찰력 있는 해법 제시에도 계속 나서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한편 이날 열린 KAIST 50주년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 등이 축사를 보냈고 로젠바움 총장과 조엘 메소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총장이 대학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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