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기의 우주라고 하지만, 아빠도 함께 담당하며 엄마의 경력 단절이 이뤄지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2021년, 라이프점프와 대한민국 최대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 ‘스여일삶 -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은 공동 기획으로 <워킹맘 여성 창업가>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스타트업을 비롯한 현업에서 육아와 창업을 당당히 일궈낸 첫 번째 대한민국 워킹맘은 ‘바디듀'의 홍가은 대표님입니다.
홍가은 대표님은 창업 당시 만삭이었던 것을 회상하며 여성이 겁을 먹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겨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셨습니다. “아이가 있어? 안 되겠다” 대신 “제가 아기가 있어서 그래요”를 당당히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될 때까지 매일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홍가은 대표님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저희는 ‘육아경력자'를 우대합니다. 육아경력자는 모든 일을 할 수 있거든요.”
-안녕하세요 홍가은 대표님!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여성의 삶을 보다 편안하고 단순하게 만드는 ‘바디듀'의 대표 홍가은입니다.”
- 바디듀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임산부를 위한 ‘압소브라’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려요!
"바디듀 (Bodydue) 는 ‘내 몸이 가져야 할 마땅한 가치’라는 뜻을 가진 브랜드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하게만 여겼던 불편함을 없애고, 여성의 몸을 편안하게 만들고자 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어요.
평생 여성들은 일상 속의 많은 불편함과 함께 삽니다. 생리 주기에는 생리대를 달고 살고, 출산 후에는 아기를 위한 모유가 24시간 분출되니 생리대와 모양만 다른 ‘수유패드’를 가슴에 꼭 붙이고 살아야 하지요.
저도 그랬듯, 임신이나 출산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수유브라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수유브라는 모유수유용 속옷인데, 수유패드나 손수건을 덧붙여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편의를 잘 제공하지 못하죠.
수유패드에는 발암물질 합성체인 고분자 흡수체가 사용되어 엄마와 아기에게 위험할 수밖에 없어요. 압소브라는 이러한 위험 성분을 없애고자 손수건이나 수유패드같은 화학적인 요소 없이도 제품 자체에서 모유를 흡수하고, 건조가 되는 제품이에요. 젖비린내 냄새도 없애주니, 모유수유를 준비하는 분들께 필요한 상품이라고 생각해요."
- 바디듀 캠페인 중, 여성의 신체적인 변화에 집중하자는 문구가 인상적이었어요. 콕 집어서, 여성의 ‘신체적인 변화’가 중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압소브라 개발 과정 중, 산모분들이 겪으시는 신체적 변화를 굉장히 많이 알게 되었어요. 개발 당시 제가 임신 중이기도 했고요.
저는 임신을 하면 배만 커지는 줄 알았는데, 생리 때처럼 가슴도 함께 커지면서 불편한 점이 많더군요. 출산 전후, 그리고 여성으로 성장하는 단계에서도 다양한 신체적 변화가 존재하는데 일반 공산품은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에 우리가 생각하지 않는 여성의 신체적인 변화에 대해서 계속해서 집중해 나가고 지금까지 무시했던 불편함에 대해서 계속해서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 압소브라를 시작으로 여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라고 들었어요.
“We are chasing your worth that you are looking for(당신이 찾고 있는 당신의 가치를 좇고 있다)”라는 패키징 문구에도 여성을 향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여성으로 태어났다면 많은 분이 공감하실 거로 생각해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출산하고 나서 당연하게 겪는 육아 휴직이라던가, 경력 단절이 존재하잖아요. 사회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당연하지 않은 부분들이 많아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캠페인을 통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계속해서 변화를 얘기하고 싶어요. 저 또한 대표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그리고 나로서 살아가며 잊거나 놓치고 있는 것들, 잊혀진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런 문구가 새겨졌습니다."
- 바디듀는 ‘2019 충북여성창업 경진대회 대상', ‘모의 크라우드펀딩 대회 최우수상'에 이어 작년 ‘와디즈 펀딩 목표 965%’를 달성하셨는데요. 비결이 궁금합니다.
"1,000%를 달성하지 못한 게 조금 아쉽지만(웃음). 저희가 전하고 싶었던 가치, 즉 여성들의 불편함에 대한 공감이 형성된 이유가 상을 탈 수 있는 동력과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요? 요즘에도 여성들을 위한 편한 속옷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것에 대한 분명한 니즈가 존재하니 계속해서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또, 저와 함께해주신 팀원분들의 역량이 크다고 생각해요. 당시에 함께한 팀원분들은 아이가 둘, 셋 있으신 경력보유 여성이셨어요. 그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함께 역량을 펼칠 수 있던 부분이 큰 공이 아닐까 생각해요."
- 바디듀는 경력보유 여성을 인재로 채용한다고 들었는데 사회로 복귀하기 어려워하는 여성들에게 힘이 되는 소식일 것 같아요. 경력보유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힘이 있나요?
"저희 회사는 육아 경력자를 적극적으로 채용합니다. 회사 공고에도 육아 경력자 우대라고 기재했는데 많은 분이 지원해주셨어요. 저희 회사 과장님은 11년 경력이신데 아이가 셋이세요. 저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을 하고 있고, 지금도 아이가 있으신 분들을 위해 10 to 4로 운영을 하고 있어요. 미혼이신 분도 계시지만, 결혼하고 육아를 선택하시는 상황이 오더라도 지장이 없게끔 이렇게 운영하고 있어요.
제가 경험해본 결과, 육아 경력자는 모든 걸 할 수 있어요. 육아 경력자만의 능력 그리고 공감 능력, 일 처리 속도는 정말 상상할 수 없어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할 수 있는 건 시간제 아르바이트나 경력을 살리기 어려운 한정적인 직무에요. 경력보유 여성은 일하고 싶은 간절함이 생기죠. 그래서 육아 경력자들을 채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능력도 어마무시한 분들임은 물론, 일을 정말 하고 싶은 분들이기 때문에 일에 대한 자부심도 많이 드릴 수 있지요. 출산하신 분들은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셔서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나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부분이 커지기도 해요. 항상 이렇게 능력 있는 분들을 모시고 일하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신했다고 해고 당하고, 정부지원사업 담당자에게 차별 대우 받고…
그런 경험이 있기에, 경력 단절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됐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경력 단절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됐습니다.”
- 바디듀처럼 사회와 기업에서 워킹맘을 위한 복지를 지원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대표님도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겪은 적이 있으신가요?
"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날 것 같네요. 창업하기 전에 근무했던 회사가 스타트업이었어요. 안전제품을 만드는 회사였는데, 제품에 문제가 있었어요. 저는 A라는 제품에 대해 홍보했으면 그건 고객과의 약속이니까 꼭 지켜야 한다는 주의였고 대표님 생각은 좀 달랐어요. 그 당시 저는 회사에 자부심을 가지고 같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어요. “내가 이 회사를 키우겠어!” 이런 생각이었죠.
회사에 업무가 많아지고 점점 성장하면서 저에게 승진 제의를 해주셨어요. 제의를 받았을 때 제가 임신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이를 가졌다고 말씀드렸죠. 그 말씀을 드리고 두 달 후에 대표님께서 제 자리를 대체 할 사람을 데려오셨어요. 그리고서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해고를 당했습니다. 7월이면 육아 휴직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 전에 해고를 당한 것이지요.
배가 나와서도 마트, 공장 업체들을 모두 돌면서 영업을 했는데, 갑자기 해고 통지서를 주시면서 회사가 어려우니 나가라고 하셨어요. 회사가 어렵다는 말에 납득이 가지 않아서 항의를 했죠. 제 앞에 사람도 새로 채용이 되며 일련의 과정도 없이 갑자기 회사가 어렵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결국 회사를 나왔습니다.
임신으로 인한 경력단절이 생겼고 심지어 해고를 당했기에 너무 힘들었어요. 뱃속의 아기에게도 영향이 갔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당시 너무 억울했고 슬펐고 하혈까지 했거든요. 다행히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고 해서 건강하게 출산을 했죠.
경력단절의 고통을 잘 알기 때문에 경력단절이 생기지 않는, 또는 임신한 여성들이 일 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신으로 인한 해고,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진심으로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가슴 아픈 경험이지만 그 경험이 있었기에 바디듀를 창업 할 수 있었고 지금은 잘 극복했습니다."
- 바디듀가 지금은 창업 3년 차로 성장기에 있지만, 초기 기획부터 제품 출시까지 어려움도 많으셨을 텐데요. 특히 만삭의 몸으로 창업을 준비하시면서 남다른 각오와 결심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저는 전기전자 회사와 스타트업을 거쳐 의류 창업을 한 케이스에요. 전문 분야가 의류가 아니다 보니 처음부터 하나둘씩 알아가야 했어요.
충북은 의류개발 관련해서 리소스를 찾기 힘들어서, 만삭의 몸으로 업체들을 좇아 대구까지 찾아가기도 했지요.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도움으로 공장을 견학하고 제작 과정에 대해 배울 수 있었지요. 초기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좋은 인연도 많이 생겨 제품 개발이 굉장히 잘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초보라는 이유로 바가지를 씌운다거나, 배우고 싶어서 겸손하게 여쭤본 부분이 약점으로 악용된 경우도 있었어요. 홈페이지 제작하는 분이 잠수를 탄 적도 있었고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돈을 더 드리고 전문가를 고용한 부분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와 속상했습니다.
나중에 충북창조경제센터에 문의를 드리니 매우 안타까워하시며 스타트업계에서 흔한 일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세부 계약 사항을 꼼꼼히 살피고 앞서가신 선배님들께 검증을 꼭 부탁드리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앞서간 선배 창업가가 없어도 창업 유관 기관에 문의를 드리면 분명히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저 역시 홈페이지 제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법자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임산부로서 정부지원사업을 수료하면서 특별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저는 2018년에 출산을 했는데, 일주일 차이로 정부지원사업 두 개가 동시 합격했어요. 둘 중에 아기에 집중할 수 있는 편이 중요했지요. 그러다 정부지원사업 A (이하 A)의 합격자 중 저만 안내 메일을 받지 못한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전에 만삭일 때에, 출산을 앞둔 상황에서 A사업을 어떻게 잘 수행하면 좋을지 문의 전화를 드린 적이 있는데, “그런 거 없다”고 하며 전화가 끊어졌어요. 알고 보니 담당자분이 임신하였으니 어차피 안 올 거 아니냐며 안내 메일을 보내지 않으셨다고 들었어요. 그때 좀 상처를 많이 받았죠. 임신을 하면서 출산을 하고 창업을 하는 과정도 어려운데, 창업 관련 기관을 비롯한 창업 생태계에서조차 이런 차별을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정부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4개월짜리 아기를 데리고 금요일마다 교육을 이수하러 갔어요. 교실에 들어가면 “애기를 뭐하려 데리고 오냐”, “시끄
럽다”라는 말이 들리고, 나가 있으면 “왜 수업을 안 들어오냐"고 하셨어요. 나중에는 대표님들과 친해지면서 응원도 많이 받았지만, 처음부터 이해를 부탁드리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수업이 있어서 종종 어두운 곳을 찾아서 모유수유를 하러 다녔지만, 그럴 수 있는 공간이 없었어요. 창업 기관에서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꼈죠.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다른 누구에게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조심한 행동조차 못처럼 날아왔거든요. 아기를 데리고 다니며 사업을 하는 임산부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느꼈어요.
충북 청년창업사관학교의 경우에는 팀장님, 담당자분들, 교수님, 위원분들이 여성분이셨는데 너무 큰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뭐라고 하니까 “애기 여기 두고 수업 갔다 와라” 하고 아기를 봐주시기도 하고, 모유수유 할 수 있게 막아주시고, 문 잠가주시고 그런 것들이 있었어요. 그게 되게, 여자끼리의 배려 같은 거거든요. 정말 감사한 기억이었습니다."
- 일반 창업자분들은 겪지 않을 일들을 하나하나 부딪히면서 마음도 몸도 많이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워킹맘 창업자는 대표님이 유일했나요?
"제가 속한 9기에는 남자 창업가 31분, 여성 창업가 4분이 계셨습니다. 10기에는 여성분이 한 분도 없다고 들었고요. 슬프게도 여성 창업가들이 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임신 중에 저처럼 창업을 하신 분도 계셨는데 그분에 대한 배려를 찾기 힘들었어요. 대표도 사람이고 회사에서도 몸이 불편한 경우에 대한 배려가 있는데 최소한의 제도적 방편이 없는 부분이 아쉬웠어요. 저는 앞전에서 미리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죠.
지금도 투자도 아이가 있는 사람에게는 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하고, 이런 부분을 개선해 나가야 해요. “아이가 있어? 그럼 안 되겠다”라는 말 대신, “제가 아기가 있어서 그래요.” 라는걸 당당하게 얘기가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죠."
- 대표님과 같은 워킹맘 창업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창업가 및 예비창업가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은 실로 다양해지는 추세입니다. 수많은 기관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저는 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새일본부가 주최한 충북여성창업경진대회를 통해서 여성들과 단단한 네트워킹 형성을 할 수 있었거든요. 어떻게 하면 여성 창업가를 많이 양성하고 도움 줄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하시고 필요한 게 뭔지, 어떤 게 있으면 좋겠는지 먼저 항상 물어 봐주셨습니다.
여성이 반경을 키울 수 있는 환경적인 부분이나 기회가 적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에 여성 사업가를 많이 만나 뵐 기회가 있었는데, 창업하고 싶어하는 분들은 굉장히 많지만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위축된 경우를 발견했어요. 여성 창업가들도 만나기 힘들고, 창업은 남자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사회적으로 여성들이 겁을 먹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남성의 육아 휴직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육아 휴직을 여자 직원에게만 당연시하고 남자 직원에게는 눈치를 주는 상황 자체도 바뀌어야 합니다. 여자가 육아를 독박으로 하는 건 전혀 당연하지 않아요.
엄마는 아기의 우주라고 하지만, 아빠도 함께 담당하며 엄마의 역량과 경력 단절이 이뤄지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죠. 지금도 회사에서 유능하신 분들이 육아 휴직으로 뒤처지게 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해요.
예전에 독일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런 이슈에 대해서 스웨덴 부부와 대화를 한 적이 있어요. 그 곳은 아빠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하면 엄마가 아이를 보고, 아빠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아이를 보면 엄마는 일을 하러 가요. 아이가 특정 나이가 될 때까지 기간제가 아닌 시간제로 육아휴직이 있다고 하더군요.
육아휴직을 1~2년씩 갖는 대신 시간제로 육아 휴직이 운영된다면, 서로의 자금을 같은 가정에 얼마만큼 벌어오는 것에 대한 책임이 떠넘겨지지 않으니 그런 점에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용기 있는 여성들이 세상을 바꿉니다.”
- 만삭의 몸으로 창업을 시작하면서, 또 육아를 병행하면서 사업을 키워가는 지금. 누구보다 많이 단단해지셨을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창업기업의 대표로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
"창업단계 자체는 앞에 말했던 몇 가지의 사건들을 제외하고는 무척 행복하고 재밌었어요. “창업 준비 할 때가 제일 행복한 거다”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웃음) 일단 아기가 뱃속에 있었기 때문에 저 혼자 돌아다니면 됐었고, 운이 좋게도 입덧도 하지 않았고 배가 딱딱해지지도 않아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정말 잘 돌아다녔어요. 무척 행복하게 창업을 준비했고 좋은 팀원들을 만나서 현재까지 잘 운영해 올 수 있었어요.
해고를 당했던 일도, 기관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 것도 예상치 못하게 겪게 된 어려움들이었다면 지금은 엄마로서의 힘듦이 있어요. 이제 아이가 말을 하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엄마를 찾고 또 보고 싶어 하니까, 아이로 인해 마음이 힘들 때가 있어요.
회사를 운영해 나가는데 있어서도 직원들과 어떻게 앞으로 같이 나아갈지, 직원 한 명 한 명의 역량을 어떻게 키워 줄 수 있을지 대표로서의 고민과 엄마로서의 고민이 지금 시점에서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두 역할을 다 잘 해내고 싶은데, 나는 과연 잘하고 있나?”며 혼자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죠.
아이를 위해서 둘째를 생각하다가도 “그럼 회사는 어떡하지?” 또 다른 고민으로 이어지고, 엄마이자 대표이기에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 아직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을 잘 배분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홍가은 대표님은 워킹맘으로서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가고 있으신가요?
"음...일단 제 아이가 지금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서 가장 어린데, 어린아이를 혼자 보내야 하는 아픔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코로나 시기여서 편하게 생각할 수도 없고요. 최근에는 최대한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린이집을 믿어야 하는 게 맞고, 내가 내 일을 하면서는 스트레스를 푼다고 여겨야 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 일을 할 때 온전히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면서 활기를 얻는 부분이 확실히 있거든요.
엄마가 되어 아이와 남편만 바라보다 보면 세상이 그 둘 중심으로 흘러가게 된다고 들었어요. 저는 회사를 운영하고 직원들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스타일 같아요. 부딪히면서 세상을 더 알아가고 있죠. 아이는 아이만의 독립적인 존재로 클 수 있다고 믿고 있기에 어렵고 불편한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해요. 물론 쉽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스스로 단련하고 있어요.
아이를 이미 고등학교를 보낸 창업가 지인이 해준 말이 있어요.
“엄마가 생각하는 걸 그대로 아이도 느낀다. 엄마가 열심히 일에 집중하는 모습은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 지금 엄마가 걱정하고 고민하는 부분들은 나중에 아이들은 기억 못 한다. 그러니 편하게 생각하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앞서간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해요."
- 일과 육아를 병행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예비 워킹맘에게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언해 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혼자서 모든 걸 다 감당하고 해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내가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주위 환경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간적 배분과 마음을 내려놓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가끔 일 때문에 아이를 늦게 픽업하러 가게 되는 경우도 생기는데, 아이에 대한 마음 때문에 다급해지더라도 중요한 일이라면 온전히 집중해서 마무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엄마의 역할과 창업가의 역할을 분리하고 둘 다 완벽하게 해내려는 마음을 내려 놓아야 해요. 두 가지 다 완벽하게 잡을 수는 없으니까요. 만약에 창업을 하겠다! 결심했다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아이를 재우고 나서도 일을 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는 즉흥적인 사람이라 아이를 낳고 창업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하고 싶은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만 생각했죠. 사실 여기까지 오게 될지도 몰랐어요.(웃음) 제품이 생산되고 팔리고 구매가 이뤄지는 모든 과정을 그냥 하나하나 하다 보니 오늘이 있게 된 거죠. 창업도 그렇고 대부분의 일들은 다른 걸 생각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고 생각해요.
창업은 힘들긴 하지만 스스로가 무척 성숙해지기 때문에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즐길 수 있으면 하는 게 맞고 거기에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각자 찾아가기 나름이에요. 결국 할 사람은 다 하게 돼있더라구요. (웃음) 할 수 있어요! 겁먹지 마세요"
- 엄마와 대표를 병행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엄마”의 창업을 응원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만약에 아이템이 있다고 하면 망설이지 말고 지금 도전하는 걸 추천해 드려요. 아이가 크고 난 후에 해도 되지 않을까? 고민하실 수 있지만, 그때는 지금과는 열정이 다를 수 있거든요. 그런 용기를 가진 엄마들이 많이 나와야 세상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내가 가만히 있어서는 절대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요.
엄마로서 일하는 것이 바쁘면서도 잊어서는 안 되는 가치들이 있어요. 우리는 너무 많이 그걸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나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창업이든, 일이든, 그 무엇이든 당연하지 않기 위해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움직이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응원이 될 거고 그러면 세상도 앞으로 한발자국씩 나아가고 있지 않을까요?"
세상이 변하길 바란다면, 지금, 나부터 움직여봅시다.
- 라이프점프와 스여일삶 역시 건강한 여성 창업 생태계를 위해, 위로와 공감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온/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워킹맘 창업가에게 가장 힘이 되는 메시지는 무엇이 있을까요?
“제게 원동력이 됐던 말이 딱 떠오르네요. 여성 대표님이든 남성 대표님이든 저를 보시면서 해주셨던 말인데 “와... 저 대표님은 임신한 몸으로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나는 뭐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저를 보며 동력을 얻었다는 칭찬을 들으면 힘이 나요. 마치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고요."(웃음)
- 저도 대표님과 인터뷰하면서 동기부여를 얻었어요! 2021년을 시작하는 홍가은 대표님의 넥스트 스텝이 궁금합니다.
"바디듀 제품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우리가 착용하는 브래지어에는 100% 본딩으로 항상 본드 성분이 들어가죠. 평생 여성이 차고 지내야 하는 속옷이니까 이런 본딩 성분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편한 착용감을 내세운 속옷들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패드는 여전히 들어가 있잖아요. 그래서 유해 성분이 없고 여성 몸에 정말 편한 브래지어 패드를 출시하는게 목표이며 해외 진출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압소브라 라인의 색상과 밴딩이 2월~3월에 추가하면서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불편함을 찾아내고 고민하고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 마지막으로 창업을 꿈꾸고 있는 워킹맘과 여성들을 위한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감히 조언을 해도 되나 고민이 되네요. 우선 꿈꾸는 걸 꼭 실행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창업자를 포함한 모든 워킹맘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여성이 엄마가 되는 건 경험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엄마이면서 일을 한다는 것은 창업을 떠나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여성분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고 그럴 가치가 있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화이팅 입니다!"
워킹맘을 비롯한 모든 여성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질문과 답을 멈추지 않는 홍가은 대표님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을 소신 있게 걸어가는 워킹맘 여성 창업가 인터뷰를 통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위안과 공감, 동경과 응원의 감정을 모두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디듀의 의미 있는 도전처럼 2021년 새해에는 더 많은 워킹맘 창업가들의 이야기, 좋은 선례를 전달 할 수 있는 스여일삶이 되겠습니다. 건강하게 성장하는 여성 창업을 위해, 그리고 워킹맘 창업가들을 위해. 화이팅!
/ 편집 : 구아정·김지영 에디터
/스여일삶 이서령·이하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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