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진칼(180640)이 발행하는 1,0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이 있는 날입니다. 신용도가 BBB로 낮고 '부정적' 전망 꼬리표까지 붙어 있어 일반적인 회사채 시장에서는 소화되기 어려운 물건이지요.
그러나 최근 시장에 비우량 회사채 수요가 늘어나면서 무난히 자금 조달을 성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진칼은 이번 발행에서 희망 금리 밴드는 민평금리 대비 -20bp~+70bp를 가산한 3.2~4.1% 수준으로 제시했는데요. 오히려 이보다 다소 낮아질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저신용 회사채를 꼭 담아야 하는 하이일드 펀드 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선 영향입니다. 하이일드 펀드는 자산의 45% 이상을 BBB+ 등급 이하 회사채나 코넥스 상장기업 주식 등에 투자하면 공모주 배정물량의 5%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활황인 만큼 혜택을 누리려는 운용사들이 잇따라 참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리가 높은 만큼 주식 대비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리테일(소매) 수요도 들어올 수 있겠네요.
전날 회사채 시장에 데뷔한 DB캐피탈(BBB+)도 모집액의 3배에 달하는 매수 주문을 받아 흥행했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발행 금리가 회사가 제시한 2.9~3.4% 대비 1%포인트 이상 낮은 1.8%로 결정됐습니다. 동일 신용등급의 여전채 평균 금리인 4.7%과 비교하면 무려 3%포인트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한 셈입니다.
오랜만에 시장에 나온 BBB 회사채인데다가 모집 물량도 300억 원(증액시 500억 원)으로 적어 투자 수요가 몰린 영향입니다. 교보악사·KTB자산운용 등 대부분 하이일드 펀드 운용사들의 주문이 많았습니다. 특히 DB캐피탈의 경우 DB금융지주의 소형 여전사로 유사시 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높습니다. 같은 신용등급의 회사채와 비교했을 때 훨씬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DB캐피탈의 회사채를 꼭 담으려는 투자자들이 밴드보다 더 낮게 주문서를 써내면서 발행 금리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물론 DB캐피탈은 한진칼의 경우와는 조금 다릅니다. 한진칼은 아직 신용전망이 '부정적'인 만큼 등급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발행 물량도 최대 1,500억 원으로 많습니다.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은 만큼 본격적인 영업이 언제 재개될지도 불투명하지요. 그러나 미매각이 발생할 경우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가 일부 물량을 인수하는 등 지원책도 마련돼 있어 큰 우려는 없어 보입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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