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환경부가 배달 포장재 사전 검사를 골자로 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면서 관련 업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식품과 화장품 등 포장재를 사용하는 업체 대부분은 사전 검사에 따른 추가 비용, 이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과 신제품 출시 지연을 우려하고 있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열린 전체회의에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24일 대표 발의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상정돼 논의가 진행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제품의 제조·수입·판매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전문 기관에서 제품 출시 전 포장 재질 및 포장 방법에 관한 검사를 받고 결과를 포장의 겉면에 표시해야 한다. 적용 대상 기업만 10만여 곳에 달한다.
법안은 공포 1년 뒤 시행되고 시행 2년 안에 기존 판매 제품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만약 검사를 받지 않거나 검사 결과를 거짓으로 표시할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윤 의원실 측은 “포장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검사를 위한 추가 비용 투입으로 제품 가격이 인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형 식품 회사는 제품 포장 작업을 자회사에 맡기거나 일부는 외주 용역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신제품은 물론 기존 판매 제품까지 검사를 받아 포장재를 바꿔야 한다면 외주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신제품 출시 일정이 지연돼 산업의 경쟁력이 뒤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업체에서 신제품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기본 6개월~1년”이라며 “여기에 더해 포장재 사전 검사로 추가적인 시간과 인력이 투입돼 제품 출시가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연말이나 밸런타인데이 등 시즌별로 상품을 출시해야 하는 경우에도 사전 검사로 제품 출시가 늦어져 ‘특수’를 노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제품의 포장 디자인이 사전 검사 진행 과정에서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화장품 포장 디자인은 제품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제품 경쟁력에서 핵심 요소로 꼽힌다. 특히 중국에서 국내 화장품 포장 디자인을 모방해 판매하는 경우도 종종 논란이 되고는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디자인이 유출돼 모방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화장품 제조사들은 출시 전까지도 이를 대외비에 붙이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포장재 사전 검사를 하게 되면 디자인이 외부에 쉽게 유출이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화장품은 개별 제품이 들어가느냐 아니냐에 따라 여러 세트 상품을 구성하기도 하는데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세트별로도 포장재에 대한 검사를 다 받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개정안에서 제품 포장지에 포장물과 내용의 부피 차이를 뜻하는 ‘포장공간비율’을 표시하도록 한 점에 대해서도 불만이 제기된다.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장품은 제품의 점도나 외부 온도 등에 따라 제품을 용기에 넣을 때와 시간이 지나 소비자가 사용할 때 제품 양에 차이가 날 수 있다”며 “과도한 표시 의무로 제품을 잘못 만들어 제조사들이 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주원·박형윤 기자 jwpai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