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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사무총장 "韓, 고령화로 재정 부담 가중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이 타당"

◆KDI 개원 50주년 기자간담회

"세수비중 지금처럼 유지 어려워

현명한 세제 개혁 필요할 수도"

앙헬 구리아(Angel Gurria) OECD 사무총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KDI 개원 50주년 기념 국제컨퍼런스 'What's Next? KDI가 본 한국경제 미래과제'에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17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선별 지원이 보편 지원보다 민간 소비 회복에 더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국가이기 때문에 재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 향후 지출 압박에 대응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내놓았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 개원 50주년 국제 컨퍼런스 기자 간담회에서 “선별(targetd) 지원은 전 국민에게 돈을 지급하는 보편 지원보다 더 큰 소비승수를 유발한다”며 “지원 대상과 금액을 결정하는 게 어려워도 선별 지원이 타당하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구리아 사무총장의 발언은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둘러싼 당정 간 갈등에서 선별 지급을 주장해온 기획재정부의 손을 들어준 발언으로 해석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재정이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여권의 전 국민 보편 지원 요구에 맞서왔다. 이에 여당은 최근 오는 3월 말 선별 지원금을 우선 지급하는 것으로 일단 한 발 물러섰지만 이와 별도로 4월 이후 ‘내수 진작’ 목적의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소비 및 경기회복에 선별 지원이 더 낫다는 OECD의 공식 ‘조언’이 나오면서 향후 다시 한 번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보편 지원이 소비 진작에 더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한국의 재정 불균형 우려와 관련해 구리아 사무총장은 우회적으로 세금 인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재정지출은 커지고 세수는 줄어드는 한국 상황에 대한 처방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의 재정 압력을 고려할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수 비중을 지금처럼 낮게 유지하기는 어려워 현명한 세제 개혁(tax reform)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GDP 대비 세수 비중은 26.8%로 OECD 평균인 33.9%보다 7%포인트가량 낮아 복지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세수를 더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세제 개혁 방안과 관련해 “세율을 올리는 대신 과세 기준을 확대하는 한국의 움직임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며 “경제의 디지털화를 고려해 세금 정책을 마련하고 환경과 관련된 세금의 역할을 강화하는 게 공정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는 탄소세 등의 도입을 통해 세수를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한국의 노동시장 양극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2019년 기준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32.5%로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고 남성의 노동 참여율(74%)과 여성의 참여율(53%) 차이도 크다”며 “경력 단절 여성, 저숙련 노인, 청년 등 소외 취약 계층을 위한 구체적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소득 불평등 악화를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급여 인상을 최저임금 인상에만 의지할 경우 저숙련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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