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유·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17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3%를 돌파하며 국내외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 대해 경기 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서는 벗어났지만 심각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까지는 이르지 않은 ‘리플레이션(reflation)’ 국면에 돌입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회복 기대감에 장기 채권(안전 자산)은 팔고 주식(위험 자산)은 사들이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에 베팅하는 경향이 뚜렷해질 수 있으니 섣불리 증시에서 이탈하기보다는 리플레이션 랠리에 대비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16일(현지 시간)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 거래일보다 1% 올라 60.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가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60달러 선을 넘은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이와 동시에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 중 1.3%를 돌파해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회복 기대감 등으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글로벌 장기국채 금리가 치솟자 증시 조정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통상 증시가 과열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주식의 투자 매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통화 긴축 정책으로 전환할 경우 유동성이 위축될 수 있다.
하지만 증권가는 아직 증시 이탈을 고민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다. 물가·금리가 오르고는 있지만 유동성 축소 가능성이 낮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두려워하기보다는 리플레이션 관점에서 접근하라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강한 경기 부양책과 백신 효과, 완화적 통화정책이라는 3박자 속에서 나타나는 물가·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리스크보다는 리플레이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상당 기간 물가 상승을 용인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오히려 ‘리플레이션 랠리’가 본격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범지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리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완만한 물가 상승과 시중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이 예상되기에 오히려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0.93% 소폭 하락한 3,133.73으로 마감했고 코스닥은 오히려 0.21% 상승한 979.77로 거래를 마쳤다. 한국뿐 아니라 대만·홍콩·일본 등 아시아 증시도 유래 없는 활황세를 보이는 중이다. 이날 대만 자취엔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59.89포인트(3.54%) 급등한 1만 6,362.92로 거래를 마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전날인 16일 2년 반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이날도 1.34% 상승세를 이어가 31,159.84로 마감됐다.
다만 리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업종별로 수익률 차이가 나타날 수 있으니 적절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에너지·금융·산업재·경기소비재·소재 등 경기민감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했다. 박 연구원은 “과거 리플레이션이 주목받은 지난 2009년과 2016년을 보면 선진국보다 신흥국, 대형주보다 소형주, 경기방어주보다 경기민감주가 선전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업종 내에서도 이익 개선 폭이 큰 경기민감주에 주목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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