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하면서도 그동안 비밀에 부쳐왔던 종목이 미국의 대형 통신사 버라이즌과 석유 기업 셰브런인 것으로 밝혀졌다. 버핏의 투자 동향은 국내의 많은 ‘원정 개미’들에게 참고 지표가 됐던 까닭에 이번 투자도 매수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17일 미 경제 전문 매체 CNBC 등에 따르면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는 지난해 말 기준 버라이즌 주식 1억 4,670만 주와 셰브런(CVX) 4,850만 주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 계산하면 버라이즌은 86억 달러(약 9조 5,322억 원) 수준이며 셰브런은 41억 달러(4조 5,300억 원) 규모다. 버크셔는 앞서 지난해 3분기 버라이즌의 주식 5,840만 주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미국 증권 당국의 승인을 받고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같은 시기 4,430만 주를 가지고 있던 셰브런도 마찬가지 사례다. 이에 시장에서 다양한 추측이 나오던 버핏의 ‘비밀 종목’이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비중도 1개 분기 사이에 급격하게 늘어났다. 버크셔는 아울러 보험 중개 업체 ‘마시앤드매클레넌(Marsh&McLennan)’도 4억 9,900만 달러 수준으로 담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 종목 역시 지난해 3분기 3억 8,600만 달러에서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버핏이 이들 종목을 고른 것은 그가 추구하던 ‘가치 투자’의 철학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버라이즌과 셰브런 매수는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총괄하는 버핏에 의해 조정된 것 같다”며 “이들 종목이 모두 버핏의 가치 지향과 일치한다”고 했다. 기대되는 성장성 대비 주가가 낮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버라이즌의 경우 지난 2020년 1년간 4.31% 하락했고 셰브런은 이 기간에 약 30%나 빠졌다.
버핏의 행보는 국내 투자자들의 적지 않은 관심을 불러온다. 실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후 버핏이 항공주를 대거 사들였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국내에서도 델타항공 등에 대한 매수가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항공주들의 회복세는 예상보다 더뎠고 이후 버핏이 손절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한물 갔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 증시에서도 통신주와 정유주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에쓰오일(S-Oil(010950))의 경우 국제 유가의 급등과 함께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으며 KT(030200)도 최근 5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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