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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에이치엘비, 임상 성공 논란에 “자의적 해석 아닌 전문가 자문 따른 것”


[서울경제TV=배요한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결과에 따른 허위공시 의혹에 휩싸인 에이치엘비(028300)를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에이치엘비에 대해 지난 2019년 항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임상 시험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 공시한 혐의로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 심의를 마치고,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허위 공시 혐의 논란에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이틀 동안 33% 이상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1조5,300억원 가량 증발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허위 공시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 조사국이 조사를 했고 자조심의 심의를 통과해 증선위 심의를 앞두고 있다”면서도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이 사실처럼 알려져 아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리보세라닙은 중국에서 6년째 연간 3,000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수만명에게 처방되고 있으며, 지난 5년간 위암, 간암 등 22종 암에 대한 효능을 입증한 500편 이상의 국제 임상 결과 논문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위암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리보세라닙’ = 에이이치엘비의 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은 얀센의 수석연구원 출신인 폴첸 박사가 설립한 어드벤천 연구소에서 개발한 표적항암제 물질이다. 2005년 중국 항서제약에 리보세라닙 판권을 기술 수출하고, 2007년에는 미국 엘레바(前 LSKB)사에 글로벌 판권을 이전했다.

2018년 에이치엘비는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판권을 400억원에 인수했다. 리보세라닙의 치료 원리는 암세포를 크게 만드는 신생혈관 VEGFR-2를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막는 역할을 한다.

중국 제약사 1위로 알려진 항서제약은 위암 3차 치료제로 리보세라닙(중국명 아파티닙)을 7년째 시판 중에 있다. 2019년 기준 리보세라닙은 중국 시장에서만 3,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매년 판매량이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리보세라닙은 지난해 간암 2차 치료제로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으며, 비소세포폐암, 난소암, 유방암 적응증의 임상 3상도 진행 중에 있다.

작년말 리보세라닙은 한국과 이스라엘에서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으면서 신약 승인 절차와는 별개로 의료 현장에서 치료제로 쓰일 수 있게 됐다.

중국 내 시판과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이유로 리보세라닙에 대한 임상 유의미성은 확보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식약처 규정에 따르면 ‘임상적인 유효성이 관찰될 경우’ 치료목적 사용 승인이 날 수 있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통계학적 유의미성 부족에도 신약 허가 사례 존재 =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 FDA는 임상시험에서 전체생존기간(OS)와 무진행생존기간(PFS), 객관적반응율(ORR), 질병통제율(DCR), 완전관해(CR)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허가 결정을 내린다. 특히 OS(1차 평가변수)와 PFS(2차 평가변수)는 신약허가를 위한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OS가 신약허가를 위한 핵심지표지만 종양연구의 혁신에 따라 다른 지표의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며 “PFS, 종양크기 감소, ORR 개선, 부작용 개선 등의 지표가 쓰일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9년 9월 에이치엘비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임상 3상 전체 데이터를 공개했다. 당시 발표된 리보세라닙의 OS는 5.78개월로 경쟁사 약물인 론서프(5.7개월), 옵디보(5.26개월) 보다 높았다. 다만 대조군의 전체 생존기간이 5.1개월로 나타나면서 통계학적 유의미를 보이진 못했다.

PFS, DCR, ORR 데이터는 경쟁사 대비 높거나 엇비슷한 수치가 발표됐다. 암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성장하지 않고 유지되는 기간을 뜻하는 PFS는 2.83개월로 타사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특히 완전관해(암세포 완전사멸)은 2명으로 발표됐다.

최근 제약업계에 따르면 PFS가 OS를 대체할 수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PFS를 통해 신약허가를 받은 사례는 악시티닙(Axitinnib, 인라이타), 파조파닙(Pazopanib, 보트리엔트) 등이 존재한다. 연조직육종 치료제인 얀센의 트라벡테딘(Trabectedin, 욘델리스)는 OS값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PFS에서 유의성을 입증해 신약허가를 받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FDA의 최근 기조는 환자의 삶의 질을 위해 편의성과 이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서 “OS에서 통계학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PFS를 비롯한 변수들에서 유의미한 통계적 유의성이 입증된다면 신약 허가가 불가능한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임상 3상 시험 허위공시 위반 ‘논란’ =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에이치엘비는 자조심의 심의를 마치고, 증선위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허위공시는 없었으며, 이와 관련해 충분한 소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FDA가 아닌 다른 곳에서 신약 허가에 대한 판단을 내린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고 전하며 “현재 팬데믹으로 인해 NDA(신약허가신청)이 지연되고 있지만, FDA 요청에 따라 자료 보완이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에이치엘비는 허위공시 논란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니며, 과학자문위원회(SAB), 연구원, 미국 컨설팅 기업(코빙턴) 등으로부터 자문 받은 내용을 토대로 임상 3상 내용을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신약개발 연구원은 “에이치엘비는 가장 큰 종양 학회로 알려진 미국종양학회(ASCO)와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리보세라닙을 발표했으며, 임상 3상 결과가 2019년 ESMO의 하이라이트 세션(Best-of-ESMO)으로 선정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리보세라닙 임상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리보세라닙은 4차 치료 환자에 대해서는 OS, PFS 등 모두 지표가 유의미하게 높게 나왔다”면서 “신약 승인이 다소 지체된다 해도 신약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한데 여러 잡음으로 폄훼되고 있어 안타깝다”는 심경을 전했다.

/배요한 b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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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요한 기자 SEN금융증권부 b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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