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불매 운동이 시작된 지난 2019년 쿠팡은 대주주가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라는 이유로 일본 기업이라는 뭇매를 맞았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21년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을 선택하자 이번에는 미국 기업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에서 돈을 벌고 미국으로 간다며 ‘한국 패싱’이라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쿠팡의 국적 논란은 상장 계획을 통해 공개된 이사회 지분 현황이 불을 지폈다. 상장하는 쿠팡의 모회사 본사가 미국에 있는데다 김범석 의장을 비롯한 상당수 임원이 미국인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본금 또한 사실상 전액 외국에서 유치한 것으로 추정돼 해외 자본을 토대로 한국에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게다가 쿠팡의 예상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약 55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자 미국 증시 상장으로 우리 국민들의 투자 기회가 차단됐다는 분석도 나오며 '쿠팡은 미국 기업'이라는 프레임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쿠팡은 한국에 차린 쇼핑몰과 사업장, 물류 센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국 기업이다. 쿠팡 배송 직원인 ‘쿠팡맨’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5만 명에 달하며 이에 더해 오는 2025년까지 5만 명을 새롭게 고용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은 99%가 한국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2,000만 명의 한국인 소비자가 쿠팡에서 2조 4,000억 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금은 국내에 납부하고 있다.
사실 이 모든 걸 떠나 경영은 물론 소비와 투자까지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시대에 지분 구조로 기업의 국적을 규정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오프라인 사업장에 기반을 두지 않은 플랫폼 기업의 경우 국경은 아예 없다.
특히 쿠팡은 아마존·알리바바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비교하면 아직 꼬마다. 누적 적자가 4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쿠팡과 달리 알리바바는 상장 직전 이미 흑자를 기록했고 이용자 수도 쿠팡의 15배에 달했다. 국적을 따지기보다는 쿠팡이 이번 미국 증시 상장으로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해 국내 입지를 굳건히 하고 해외 점유율까지 넓혀 국내 e커머스 생태계도 함께 성장하는 청사진을 그려 보는 것이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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