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설인 춘제 연휴 기간 동안 내수 소비가 30%가까이 급증하며 중국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오르고 있다. 중국 경제가 뚜렷한 회복 시그널을 내보내자 수혜가 예상되는 국내 화장품·면세 업종이 18일 일제히 반등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찍는 등 시장 전반이 호조세를 나타내자 중국 주식에 발을 담그는 국내 투자자도 늘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화장품 업체 한국콜마(161890)는 전일 대비 9.73% 급등한 5만 7,500원,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004170)는 5.18% 오른 26만 4,0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이밖에 호텔신라(008770)(1.95%), 코스맥스(192820)(6.1%), 아모레퍼시픽(090430)(3.96%) 등 중국 소비 관련 업종이 강한 흐름을 나타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급증과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전일보다 1.50%(47.07포인트) 하락한 3,086.66을 기록하며 5거래일 만에 다시 3,100 선을 내준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수 관련주가 뛴 원인을 지난 일주일 춘제 기간 동안 중국이 보여준 소비 지표의 개선에서 찾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춘제 기간 소매 판매 규모가 8,210억 위안(약 140조 원)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28.7% 폭증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지난 2019년(1조 위안)과 비교해서는 20%가량 낮지만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이동이 제한됐던 상황을 감안하면 선방한 결과이며 중국 내수가 코로나19 이전 8부 능선까지 올라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대형 소비 시즌 중 하나인 춘제 소비가 폭발적으로 반등하면서 중국 소비 관련 업종에 투자자가 몰렸다”며 “그중 4분기에 호실적을 낸 종목은 상승세가 더 가파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날 증권 업계는 신세계와 한국콜마의 올해 이익 호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들의 목표가를 올렸다.
펀더멘털이 정상화될 조짐을 나타내자 최근 중국과 홍콩 증시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5% 오른 3,675.36을 기록했다. 이날 장 중 한때 3,731.69까지 치솟으면서 2015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도달하며 장기 박스권을 돌파하기도 했다. 16일 홍콩H지수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1만 2,000 선을 넘어섰다. 중국 정부의 통화 정책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 데다 경기 회복 기대감, 리플레이션 트레이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국내 개인 투자자도 중국 주식 투자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 주식 매수 결제액은 6억 1,200만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매수액(23억 4,000만 달러)의 4분의 1 이상을 올해는 두 달이 채 안 돼 넘어섰다. 특히 1월 하루 평균 매수 결제액은 2,200만 달러에 달해 최근 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이달 들어서도 하루 평균 1,200만 달러 가까이 사들이고 있다. 홍콩 증시 역시 지난달 하루 평균 매수 결제액이 6,700만 달러를 넘어서는 등 자금이 몰리면서 올해 전체 매수 결제액이 2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주요 매수 종목들도 성장주로 바뀌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홍콩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산 종목(상장지수펀드 제외)은 지리자동차였으며 그 뒤를 알리바바와 비야드 등이 잇고 있다. 중국 증시에서는 태양광 웨이퍼 제조사인 롱기실리콘머티리얼, 배터리 소재 기업인 간펑리튬, 윈난창신뉴머티리얼 등을 집중 매수했다.
중국 당국이 시중 유동성을 관리하면서 변동성이 나올 수는 있지만 증권가의 전망은 나쁘지 않다. 특히 다음달 양회를 앞두고 부양 정책과 경기 및 소비 회복, 실적 기대감에 기반해 상승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춘제에서는 내수 정상화 조짐들이 포착되고 있다”며 "춘제 연휴가 끝나고 중국 증시는 정책 기대감, 계절적 요인으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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